<김성호세상보기>선생님은 어디 계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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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학교폭력이 문제될 때마다 원인과 책임이 어디 있느냐는 어려운 질문이 나온다.그러나 어쩐 일인지 해답은 쉽게 나온다.올해도 일찌감치'사회'라는 해답이 나왔다.이 답이 1백% 정답이긴하나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영점이라는 사실은 과거 20,30년간의 경험으로 다 안다.그런데도 누구나 사회 탓만 하고 있다.

“학교폭력의 원인과 책임은 학교.가정.사회 모두에 있다는 말은 학교폭력의 다면성을 지적하는데는 적절하나 이것을 가급적 줄여 나가야 한다는 문제해결의 측면에서 보면 무책임하거나 모호한 해답이 됩니다.학교폭력을 막아야 할 당사자들이'사회'란 놈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사이 폭력 피해자들의 읍소(泣訴)는 나날이 커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외부 전문가들의 좌담을 통해 학교폭력의 실질적 해결책에 접근하는 문제를 토론해봤다.나온 사람은 시드니 포이티어 선생,미셸 파이퍼 선생,로빈 윌리엄스 선생 등 세 사람. 포이티어 선생은 폭력학생 교도에 헌신한 교사,파이퍼 선생은 여교사의 몸으로 문제학급을 갱생(更生)시킨 교사,윌리엄스 선생은 삭막한 교실에 시심(詩心)을 심어준 교사다.

“한국에서 교사와 학부모를 상대로 효과적인 학교폭력 근절대책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더니 서로 다른 의견이 나왔습니다.학부모는 가장 효과적인 대책으로 학교담당 검찰.경찰제의 엄격한 실시를 꼽았고 교사는 사회봉사 선도제를 꼽았습니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담임교사나 학생 지도부 중심의 상담 강화 및 지원을 제1순번으로 꼽았을 텐데요.”“그 항목이 교사들에선 두 번째로,학부모 사이에선 세 번째로 꼽혔습니다.말하자면 교사들은 자신들의 노력보다 사회 제도적 측면을 중시했고 학부모들은 당장의 행동 돌입을 원하면서 교사들의 노력을 낮게 평가한 셈입니다.”“교사가 나서야 합니다.우리는 매일 학생의 정신적.육체적 상황을 점검해야 되지 않습니까.멍든데가 없는가,정신상태가 불안하지 않은가가 관찰대상이죠.”“한국 애들은 상처가 나지 않게 기술적으로 때리는 방법을 알고 있음에 틀림없습니다.설사 부당하게 맞고 뺏기고 괴롭힘을 당해도 꼭꼭 숨기는 것이 그애들의 특징 아닙니까.”“그래도 자살까지 하는 애들이 있는데 그 지경이 되도록 교사들의 날카로운 눈을 벗어날 수 있나요.”“그 눈이 날카롭지 않다면요?”“….”“보복이 두려워 신고나 호소를 기피하는 폭력피해 학생들을 도와줄 특별교사제를 실시한답니다.몸으로 부딪치며 눈물과 땀으로 아이들을 감화시키는 교사가 나와야 합니다.'선생님에게 사랑을 바칩니다.' 이런 말이 학생들로부터 저절로 나오게 가르쳐야죠.”“한국에선 학급당 인원이 아직도 50명을 넘는다니 교사들 눈길이 일일이 미치지 못할 겁니다.”“그런 열악한 교육환경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만 말고 적극 개선을 요구하는 것도 사명감 있는 교사들의 할 일이지요.아울러 폭력만화나 폭력영화 같은 저질.하급문화 위에는 매우 근사한 문화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도 바로 교사들의 역할 아니겠습니까.”“한마디로 말해 폭력 무저항주의나 문제 회피주의는 안됩니다.”“학교폭력은 1차적으로 학교에서 바로잡아야 합니다.가학성 문제아들이 주먹을 쓰고 싶어도 선생님이 무서워,학교 분위기가 두려워 그러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정치가 잘못 되면 1차적으로 정치인을 탓하듯이 학교교육이 잘못되면 우선 교사를 쳐다보는 것 아닙니까.” 김성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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