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홍콩기업 본토 투자 가속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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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홍콩 기업들이 중국 본토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홍콩 기업들은 지난 1일 홍콩의 중국 귀속을 계기로 이제는 투자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판단아래 앞다투어 본토 투자에 나서고 있다.

홍콩 자본이 중국의 모습을 바꿔나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지금까지 본토에 투자된 홍콩 자본은 1천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예컨대 홍콩의 항 룽.헨더슨 건설회사등은 상하이의 고층 빌딩 건설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

홍콩 최대 재벌중 하나인 리카싱그룹은 이미 본토의 여러 항구를 관리하고 있다.홍콩의 유명 기업인인 고든 우도 본토의 발전소 사업에 손을 대 광둥지역에서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일찍이 본토 사업에 다각적으로 손을 대 성공한 홍콩의 대표적 기업은 부동산 개발회사인 뉴월드사다.뉴월드는 지난 8년간 26억달러라는 거금을 본토 투자에 쏟아 부으면서 아파트.발전소.도로및 교량 건설등에 두루 손길을 뻗치고 있다.뉴월드사 오너의 아들인 헨리 쳉(얼굴)이사는“본토 투자는 인내를 필요로 하며 지역 사정을 잘 알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뉴월드가 본토 사업에 적극 나선 것은 지난 80년대말이다.뉴월드는 지난 89년 천안문 사태가 터져 많은 외국기업들이 중국에서 철수했을 때에도'천안문 사태가 중국의 경제개혁 방향을 되돌리지는 못할 것'이란 판단하에 본토 투자를 지속했다.

그 결과 현재 뉴월드의 본토 사업은 만족스러운 성과를 올리고 있다.지난해 6월말 결산 결과 뉴월드가 올린 5억3천1백만달러의 영업이익중 약 15%는 본토 투자에서 거둔 것이다.

그러나 홍콩 기업들의 본토 투자가 처음부터 이처럼 성공적이었던것은 아니다. 홍콩 기업들은 지난 80년대초 본토 사업에 참여했다가 쓴 맛을 본 경우도 적지 않았다.당시만해도 중국의 개방정도가 지금과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 80년대 초에만 해도 본토에서 사업하던 홍콩 사업가들중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을 투옥(投獄)하기까지 했다.

홍콩 기업가들이 당시 본토 투자에 나섰던 목적은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었다.그전까지만 해도 홍콩 자본은 주로 캐나다.미국.영국등에 치중됐고 본토 투자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홍콩 기업들은 홍콩의 중국 귀속이란 역사적 전환점을 계기로 본토 시장의 엄청난 잠재력을 중시하고 있다.현재 중국 당국도 홍콩 자본의 유입에 대해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본토 투자가 아직도 손쉬운 것만은 아니다.중국 관리들은 홍콩 기업이라 할 지라도 투자 조건이 맞지 않을 경우에는 사업계획을 전면 취소시켜 물거품으로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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