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 앞에 고개숙인 김현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7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 선 김현철(金賢哲)피고인은 자신에 대한 알선수재및 조세포탈 혐의를 조목조목 부인했다.

金피고인은 특히 유죄판결의 관건이 되는

범죄구성 요건에 대해 상당한 법률적 검토를

마친듯 금품수수 사실등을 시인하면서도 청탁대가성이나 조세포탈 범의(犯意)에 대해서는 당당한 태도로 검찰과 설전을 벌였다.

그런 金피고인이 검찰 신문도중 딱 두번 입을 다물었다.

金피고인이 꼿꼿하게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자

대검 중수부 이훈규(李勳圭)3과장이“피고인은 93년 8월 대통령긴급재정경제명령에 의해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사실을 알고 있나요”라며 김영삼(金泳三)정부의 최대치적중 하나인'금융실명제'를 들고 나온 것. 李과장이“금융실명제 실시 이유중 하나가 자기 돈은 자기 명의로 정정당당하게 금융거래를 함으로써 뇌물.리베이트등 각종 은밀한 검은 거래와 검은 돈의 흐름을 차단해 사회비리를 억제시키기 위한 것임을 아느냐”고 묻자 金피고인은“그런 것으로 안다”며 목소리를 낮췄다.

“세금을 포탈하기 위해 차명계좌로 거래하고 돈세탁을 해온 것 아니냐”는 검찰 신문에“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꺼린 것은 사실이지만 세금을 포탈할 의도는 없었다”며 공방을 벌이던 金피고인이 한발 물러섰다.

“피고인이 타인 명의의 계좌에 동문및 기업인들로부터 받은 돈을 보관.관리한 것은 금융실명제의 취지에 반하는 것 아니냐”는 추궁이 이어지자 金피고인은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金피고인은 김준호(金俊鎬)검사가 거액을 위탁관리한 과정을 신문하는 과정에서도“피고인의 행위는 문민정부 출범 이후 실시된 가장 중요한 개혁의 하나인 금융실명제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캐묻자 역시 즉답을 피했다. 권영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