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씨 금품수수 헌수표로 받아 추적 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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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현철(金賢哲)피고인의 금품수수 과정이 7일 열린 첫 공판에서 비교적 상세히 드러났다.

또 金피고인은“아무 대가 없이 동문등으로부터 활동비를 지원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추적을 피하느라 일부는 10만원권 헌수표로 받는등 금품수수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경복고 동문 기업인들이 金피고인에게 매달 건네준 6천만원은 두양그룹 김덕영(金德永)회장,신성그룹 신영환(申泳煥)회장,우성그룹 최승진(崔勝軫)부회장등이 2천만원씩 갹출했지만 전달은 두양그룹 金회장이 전담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돈을 건넨 장소는 특급호텔인 시내 L.K호텔,강남의 최고급 룸살롱인 J살롱,종로의 B레스토랑등 주로 金피고인이 애용하는 단골집들이었다.

金회장은 술자리 도중 金피고인이 잠시 자리를 비우거나 대화에 열중하는 틈을 이용해 金피고인이 벗어놓은 상의 안주머니에 1천만원권 수표가 든 봉투를 넣어줬고 이 방법은 받는 쪽의 자존심을 세워주면서 보안을 지키는데 안성맞춤이었다.

이들중 우성그룹 崔부회장이 회사가 부도위기에 몰려 93년 11월 이후 돈을 내지 못하게 되자 두양 金회장이 두몫인 4천만원을 부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金피고인은 또 한솔그룹 조동만(趙東晩)부사장으로부터 매달 5천만원씩 받을 때는 뒷면에 사용자 배서까지 있는 10만원권 헌수표로 받아왔다.

그는 처음엔 발행일이 몇달 지난 1백만원권 헌수표로 받다가 95년 3월부터 96년 12월까지는 김기섭(金己燮)전안기부운영차장이 업소로부터 모아온 10만원권 헌수표로 받았다.10만원권 헌수표는 현금보다 작은 부피로 큰돈을 전달할 수 있는데다 자금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金피고인은 10만원권 헌수표 또는 현금으로 받은 이유를 묻는 검찰 질문에“주는 쪽이 알아서 한 것으로 부피가 커 수표로 달라고 한 적도 있다”고 답변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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