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은행감독원 규제 탓 銀行지점 건물 '저층一色'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왜 유독 은행점포 건물만 키가 작을까.'

도심지 빌딩 숲속에서 잘 해야 4~5층짜리 은행 지점건물을 본 사람이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물론 본점이야 번듯한 고층건물이지만 지점은 모양이 다르다.금싸라기 땅에 남들은 수십층짜리 건물을 짓지 못해 안달인데 유독 은행 점포 건물만은 저층으로 가라앉아 있다.

그러나 은행이 돈이 없어 높은 건물을 짓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결론부터 말하면 은행감독원의 규제탓이다.은감원 규정에 따르면 은행이 자기소유 부동산을 임대할 경우 전체면적의 50%이상은 은행이 직접 사용해야 한다.예컨대 4층짜리 건물이라면 적어도 2개층은 은행이 써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은행점포는 본점과 도심의 대형점 외에 2개층 이상 쓸 필요가 거의 없다.따라서 남의 건물에 세든 점포가 아닌 은행 소유 점포 건물이라면 고층건물을 지을 수 없도록 원천봉쇄돼 있는 셈이다.

은감원은 이를 점포인가요건으로 삼지는 않지만 정기검사때 이를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고 위반할 경우 시정을 요구한다.단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계획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을 지어야 할 경우에만 예외를 인정해주고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6대 시중은행의 자기소유 점포중 1~3층짜리'숏다리점포'가 차지하는 비율은 80%가 넘는다.이 가운데 2층짜리도 절반정도나 된다.

제일은행 양천출장소의 경우 2년전 부지를 구입해 3층짜리 점포를 지었는데 주변에는 15층,22층짜리 오피스텔 공사가 한창이어서 곧 고층건물에 푹 파묻히게 될 형편이다.또 서울도봉구의 한 시중은행 지점은 점포를 6층으로 증축하려 했으나 규제에 묶여 포기했다.

주변의 고층건물과 대비돼 마치 이빨 빠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은행점포는 서울에만도 외환은행 서소문지점,상업은행 종로지점,조흥은행 상계동지점등 셀 수 없을 정도다.

C은행 점포개발담당자는“목좋은 요지에 저층건물을 짓자니 아깝다”며“점포를 넓게 지어 임대수입을 올리면 은행수지에도 보탬이 되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증권.보험감독원에는 이런 규제가 없다.증권사.보험사는 자기 점포를 지을 때 법인세법상의 업무용 부동산 분류기준을 따른다.법인세법에는 기업 소유 부동산의 경우 전체 면적의 10%이상만 자기가 사용하면 업무용 부동산으로 분류돼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다.증권.보험사는 마음만 먹으면 죽죽 뻗은'롱다리점포'를 지을 수 있다는 얘기다.실제로 생보사들의 점포는 지방에서도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고층건물인 경우가 많다.

은행권에서는 부동산시장이을 때 법인세법상의 업무용 부동산 분류기준을 따른다.법인세법에는 기업 소유 부동산의 경우 전체 면적의 10%이상만 자기가 사용하면 업무용 부동산으로 분류돼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다.증권.보험사는 마음만 먹으면 죽죽 뻗은'롱다리점포'를 지을 수 있다는 얘기다.실제로 생보사들의 점포는 지방에서도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고층건물인 경우가 많다.

은행권에서는 부동산시장이 안정돼 있어 은행이 건물을 지어 투기에 나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감원측은“은행의 부동산투기를 막기 위해 규제하고 있으며 은행의 경영합리화 차원에서 그나마 50%정도 임대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은행은 단기자금조달 비중이 높아 돈이 오래 묶일 위험이 있는 부동산투자에는 가급적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고 은감원은 덧붙였다.

남윤호 기자

<사진설명>

은행 소유의 점포건물은 절반이상을 은행이 써야 한다는 규제 때문에 금싸라기땅에서도 저층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