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연령규정 혼선빚어 - 만18.19세 술집 못가나 접대부 취업은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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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학교 2학년인 A씨(만19세)는 1일부터 시행된 청소년보호법상의 청소년이 아니다.따라서 청소년보호법에서 출입이 금지된 학교앞 술집에 갈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A씨가 학교앞 맥주집에 들어가 술을 마시면 경찰에 적발돼 처벌을 받게되고,그를 출입시킨 술집주인은 과태료 3백50만원을 내야 한다.

경찰은 미성년자보호법에 따라 만20세가 안된 그의 음주.흡연을 단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술집에 술을 마시러 갈 수 없지만 술집 종업원으로 취업할 수는 있다.

여자의 경우 접대부가 될 수도 있다.풍속영업규제법에는 취업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년.미성년을 구분하는 청소년관련법상 연령규정이 이처럼 뒤죽박죽이어서 혼선을 빚고 있다.

새로 시행되는 청소년보호법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음주.흡연이 용인되는 사회관행에 따라 보호대상인 청소년을 고등학생이하인 만18세 미만으로 정했다.만 18세미만이 술집과 비디오방등 유해업소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막는게 이 법의 골자다. 하지만 같은 취지로 지난 61년 만들어진 미성년자보호법은 미성년자를 민법과 같이 만20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성년자보호법에 따르면 고등학교를 졸업한 대학생이나 직장인.군인등도 만 20세가 되기까지 음주.흡연을 할 수 없고,따라서 이들을 출입시킨 유흥업소 주인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

더욱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은 풍속영업규제법의 청소년 관련 조항.이 법은 제3조4항에서'18세 미만의 자를 풍속영업소(유흥업소나 음식점등)에서 유흥종사자로 일하게 해서는 안된다'라고 정하고 있는데,이는 거꾸로 말해'18세 이상이면 유흥업소의 접대부로 고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18~19세의 경우 술집 접대부로 일할 수 있으나 미성년자보호법에 따라 술집출입은 안되는 기묘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법제처 관계자는 이같은 혼선에 대해“비현실적인 법규정이 아직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소년보호법을 서둘러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소년보호법은 지난 연초 이수성(李壽成)당시 총리가 각계인사들과의 만남에서 청소년보호의 시급성을 건의받고 김영수(金榮秀)당시 문체부장관에게 지시해 만들어졌다.

정부는 당시 9개 부처,23개 법률안과 연관된 청소년보호법이기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했으나 총리의 지시에 따라 입법을 서두르기 위해 의원입법 형식으로 법안을 국회에 제출,지난 3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켰다.

당시 국회심의과정에서도 문제는 지적됐다.권용태(權龍太)당시 문체위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에서“청소년보호법이 적용대상을 18세로 정한 것은 단속의 실효성과 사회통념,선진국의 추세등을 고려한 것으로 이 법이 제정되면 혼돈.중복의 우려가 있는 미성년자보호법의 존치여부에 대해 근본적인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金장관은 이 자리에서“문제점이 있는 다른 법률을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계속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다른 법률의 손질없이 청소년보호법이 시행에 들어감으로써 예상된 혼선이 현실화된 셈이다.

한편 감사원은 지난달 일선 공무원들이 18,19세의 유흥업소 출입을 단속하며 업주들로부터 돈을 갈취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법과 현실의 괴리를 시정하는 법개정을 내무부.보건복지부등 관계기관에 통보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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