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수 기자의 환경 이야기] CO₂ 배출 얼마나 … 연말정산 해보시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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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연말정산 철입니다. 관련 서류를 챙기다 보면 낭비한 사실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세금만 정산해야 할까요. 숲을 지키는 시민단체인 서울그린트러스트의 이강오 사무처장은 ‘CO₂ 연말정산’을 제안합니다. 지난 한 해 우리 가족이 온실가스인 CO₂(이산화탄소)를 얼마나 배출했는지 따져 보자는 것입니다. 배출한 CO₂가 마음에 걸린다면 CO₂를 흡수할 수 있도록 나무를 심고, 그게 어렵다면 그 비용을 관련 단체에 기부하자는 거죠. 연말정산에서는 돈을 돌려받는 경우가 많지만 CO₂ 정산에서는 돈을 내야 하기 때문에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어렵겠지요.

CO₂ 배출량 계산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요즘 전기·가스 요금과 자동차 연료비(혹은 주행거리) 등을 입력하면 CO₂ 배출량을 계산해 주는 인터넷 사이트가 많습니다. 중앙일보 환경포털 사이트(http://eco.joins.com/envandme/calculator)에서도 가능합니다. 참고로 2006년을 기준으로 한국인 1인당 CO₂ 배출량은 9.9t 정도입니다. 세계 평균(4.2t)보다 훨씬 많습니다.

CO₂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닙니다.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에 따르면 한국인의 생태발자국(ecological footprint)은 1인당 4만3000㎡입니다. 생태발자국이란 필요한 자원을 얻고, 배출된 쓰레기와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데 필요한 땅과 바다의 면적을 더한 것입니다.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으려면 1인당 생태발자국이 1만9000㎡ 아래로 유지돼야 합니다. 미국인의 9만7000㎡보다는 작지만 지구 생태계에 부담을 지우는 것은 분명합니다. 65억 인류 전체가 한국인·미국인처럼 살면 지구가 하나 더 있어도 부족할지 모릅니다.

2009년 말에 CO₂ 배출량을 정산할 때 2008년보다 많이 줄였다고 자부할 수 있도록 한 해를 보내면 어떨까요.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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