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중국답사여행한 재일사학자 이진희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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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일본군부에 의한 광개토대왕비 비문조작설을 처음 제기했던 재일 사학자 李進熙(68.와코대교수)씨가 2주일에 걸친 중국내 고구려유적 답사여행을 마치고 지난달 귀국했다.

李교수는 85년부터 천안문사태등 특수한 시기를 빼고는 매년 한차례씩 중국 동북부의 고구려유적을 답사해 왔다.이번 여행은 열번째.그는“12년간 랴오둥(遼東)반도 일대는 거의 훑어보았다”며 건강만 허락해 준다면 내년부터는 옛고구려 영토의 서북 국경지대를 탐사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고구려 고분의 보존대책이 정말 시급합니다.이번에는 무용총.각저총(씨름무덤)등 3개 고분을 돌아보았는데 그대로 두면 급속히 훼손될 것이 뻔합니다.” 李교수는“중국측은 돈이 없고 일본은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은 만큼 한국의 학자들과 문화재단등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앞장서 보존운동을 벌였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 했다.

“최근엔 큰 일이 두가지나 있었지요.중국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오랫동안 함께 일하며 존경해온 金達壽선생이 작고(5월24일)하셨고 지난해말에는 한동안 집안에 우환이 있었고.” 李씨는 70년대부터 계간지'삼천리''청구'를 잇따라 발간하며 고락을 같이 했던 재일작가 金씨에 대해“재일교포들이 민족적 자각과 긍지를 드높이는 계기를 만들어준 분”이라고 회고했다.

李교수의 장남 明浩(미쓰비시상사 페루지사 부사장)씨는 지난해말 페루 일본대사관 인질사건때 게릴라들에게 붙잡혀 있다가 무사히 풀려난바 있다.

경남 김해출신인 李교수는 48년 도일,메이지(明治)대에서 고고학을 전공했으며 72년'광개토대왕비 연구'를 발표해 학계는 물론 일본사회 전체에 충격을 던졌다.

도쿄=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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