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먼턴 키즈’ 4총사 WBC서 또 일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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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해 제23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가 열린 캐나다 에드먼턴. 한국이 미국을 꺾고 우승하자 현지 팬들은 “8년 전 이곳에서 뛰었던 한국 청소년대표팀을 보는 것 같다”며 기뻐했다.

2000년 제19회 청소년선수권대회에선 추신수(당시 부산고→현 클리블랜드)가 던지고, 김태균(천안북일고→한화)과 이대호(경남고→롯데)가 때리고, 정근우(부산고→SK)가 달렸다. 이들 1982년생 고교 3년생이 주축이었던 한국은 결승전에서 미국을 연장 13회 끝에 9-7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나 이들이 다시 뭉쳤다.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들이 모이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3월)에서다. 네 명 모두 대표팀 2차 후보 명단(32명)에 포함됐고 최종 엔트리(28명) 선발도 확실시된다.


김태균은 2006년 제1회 WBC 때 이승엽(33·요미우리)의 백업 1루수였다. 이대호는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떠오른 국제용 선수다. 10년 이상 국가대표를 이끌었던 이승엽과 김동주(33·두산)가 사실상 대표팀에서 은퇴하면서 이들이 대한민국 중심타순을 물려받았다. 또 추신수가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처음으로 대표팀에 복귀했고, 정근우도 어김없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은 “젊은 타자들이 이승엽과 김동주의 공백을 메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2000년 에드먼턴 키즈(Kids)’가 한국 팀 성패의 열쇠를 쥔 셈이다.

김태균은 “2000년 대회 때 이대호가 4번이었고, 추신수와 내가 3·5번을 번갈아 쳤다”고 회고했다. 당시 추신수는 투수로도 등판해 결승전 승리 포함, 2승을 거두며 대회 MVP(최우수선수)에 올랐다. 김태균은 타율 0.433 홈런 3개 11타점, 이대호는 타율 0.500 홈런 3개 10타점으로 최강의 쌍포를 이뤘다. 정근우도 타율 0.333로 힘을 보탰다.

WBC 타순을 예상하기엔 이르지만 9년 전 청소년 대표팀 때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클리블랜드 중심 타자로 성장한 추신수가 3번, 2006년 타격 4관왕(타율·홈런·타점·장타율) 이대호가 4번, 2008년 홈런왕 김태균이 5번에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호타준족 정근우가 2번에 나선다면 동기들이 2~5번에 나란히 늘어설 수 있다. 9년 만에 다시 뭉친 이들의 나이는 이제 27세다. 한국 야구 대표팀 세대 교체의 핵심인 ‘에드먼턴 키즈’가 세계무대에서 어떤 파워를 만들어낼지 기대된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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