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기바둑 한판 10억 개평 20억 선심 - 학원원장 66억 잃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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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지검 북부지청 형사5부(鮮于泳부장검사)는 24일 내기바둑으로 하룻밤에 66억원을 잃은 피해자 丁모(67.J학원 원장)씨가“7년전부터 상대방측이 소액을 잃어주며 계획적으로 접근한 것 같다”고 주장함에 따라 사기도박 여부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丁씨에 따르면 구속된 김병용(金柄用.44.모아유통 대표)씨와 95년 9월30일 일본의 온천휴양지 벳푸(別府)에서 오후9시부터 다음날 오전3시까지 20여차례 속기 내기바둑을 둬 모두 66억원을 잃었다는 것이다.

丁씨의 바둑실력은 아마1급으로 아마3급인 金씨에게 3점을 접어줬다.

내기바둑은 한판에 1백만원짜리부터 시작해 다음은 2백만원짜리를 두는등 판돈을 2배로 올리다보니 10억원짜리 판까지 올라갔다는 것. 밤이 깊어가면서 판돈은 점점 올라갔으나 5억원짜리 판을 3~4차례 잃고난 丁씨가 마침내 한판에 10억원씩하자고 제의,4판을 뒀으나 모두 패하고 말았다.

바둑은 보통 2백50~3백50수만에 끝났으니 10억원짜리 판은 한수에 2백80만~4백만원인 셈이다.

국내 프로기사중 지난해 가장 많은 돈을 번 이창호(李昌鎬)9단이 9개의 국내기전과 두차례 세계기전을 휩쓸며 벌어들인 돈은 모두 6억1천4백만원. 하룻밤동안 국내최고기사 1년수입의 10배가 넘는 돈을 따낸 이들은 당좌수표.차용증으로 받은 도박빚 20억원을 탕감해 주는 선심까지 쓴 것으로 밝혀졌다. 〈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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