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주당 국회 본회의장 농성 풀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국회에서 끝내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국회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경위·방호원이 강제 해산에 나서자 민주·민노당의 의원·보좌관·당료들이 극렬히 저항한 것이다. 이들은 정당한 공권력 집행을 폭력으로 막았다. 선진국 의회는 경제위기 타개에 힘을 모으는데, 한국은 국회가 앞장서 모든 걸 망가뜨리고 있다.

국회 난장판의 본질적 책임은 본회의장에 대한 야당의 물리적 점거에 있다.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인 토론과 다수결 원칙을 철저히 유린하고 점거라는 물리력에 의존하는 것이다. 사태가 통제 불능까지 이른 데는 국회의장의 책임도 크다. 야당의 점거로 국회 질서가 훼손되면 이를 회복시킬 책임은 국회의장에게 있다. 그러나 김형오 의장은 오락가락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29일 밤 12시까지 야당이 농성을 해제하지 않으면 모든 질서회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하지만 김 의장은 여야 협상을 핑계로 공언을 지키지 않았다. 그러다 협상이 결렬되고 자신의 우유부단(優柔不斷)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자 김 의장은 뒤늦게 지난 3일에야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자신의 약속을 지키려면 말 그대로 모든 조치를 강구했어야 했으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결국 시늉만 냈다가 어제는 다시 직권상정을 최대한 자제하겠다고 물러섰다. 정말 기가 막힌다.

민주당과 민노당은 국회 권위를 완전히 파괴하고 있다. 국회의원도 아닌 보좌관·당료까지 나서 공권력을 행사하는 국회 경위들을 폭행했다. 국회에선 그동안 여러 폭력사태가 있었지만 보좌관·당료들이 이렇게까지 집단적으로 개입한 적은 없었다. 국회의 권위가 보좌관들의 발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야당은 이번 일을 지난여름의 촛불사태나 2004년의 탄핵사태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이는 착각이다. 그때와는 사태의 원인과 시대 상황이 다른 것이다. 야당은 대선·총선 패배에 불복하고 다시 이념의 포로가 됐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은 법과 공권력을 존중해야 한다. 민주당과 민노당은 이제부터라도 본회의장 농성을 풀고 스스로 걸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