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론>한국은 섬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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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인 반도국가다.그러나 나머지 한면이 비무장지대로 가로막혀 있어 사실상 섬나라다.섬나라 국민의'해외'나들이나 화물의 수출입은 선박이나 비행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당면한 경제난국 원인의 하나로 비싼 물류비용을 손꼽는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나라경제의 장래가 역시 수출입상품의 물량과 배합에 달려 있고 보면,첫째 항구와 공항까지 화물을 운송하는 과정과,둘째 선박과 항공기로 컨테이너를 싣고 부리는 과정에서 비용을 인상하거나 인하를 방해하는 물적.인적 요인들을 점검하는데서

물류비 문제해결의 열쇠를 찾아야 한다.

물류비 문제가 단순히 물적 시설의 확충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도서지역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듯 연안부두 노조가 터무니없이 책정하는 하역비로 알 수 있다.

수출화물의 경우에도 작업인원을 실제보다 불려 계상해 하역비를 올려 받고 인력절감용 시설의 개체를 가로막는 항운노조에 물류비 인상의 책임이 있다.

항구의 터미널까지 물량을 나르는 과정에서도 물류비를 올리는데 운송업체의 경영진과 노조,비효율적인 행정관료등이 합세하고 있다.

정부는 물류비 절감을 위해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경부고속철도 건설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그 고속철도공사의 부실이 심각한 모양이다.미국 WJE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구간의 안전점검 결과 교량.터널.구조물의 약 70%에서 결함이 발견돼 앞으로 재시공.보수가 불가피하다.설계.시공.감리에 모두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앞

으로 누가 부담하건 공사비가 추가될 것임은 분명하다.

여기서 하나의 발상전환이 문제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것 같다.고속철도 자체가 직접적으로 물류비를 절감하는 것은 아니다.일부 승객수송을 떠맡아 간접적으로 기존철도의 화물수송능력을 증대시키는 전환효과가 있을 따름이다.

현재 두 국내 항공사가 모두 출혈경영을 할 만큼 항공료가 싸게 책정돼 있기는 하지만,준공 이후 고속철이 정상적으로 경영되려면 항공료의 두배 정도로 높은 승차료를 부담하는 고소득 여행계층만 태워야 한다고 한다.화물수송은 고속철의 기

본기능이 아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부실한 고속철 구조물도 당초목표보다 낮은 시속 2백㎞ 이하로 달리는 열차의 경우 적정한 것으로 판정될 수 있다.사실이 그렇다면 지금 구조물을 그대로 두고 TGV보다 저속의 열차를 이용해 승객 또는 화물을 수

송하도록 생각을 바꿔 볼 수 있지 않을까.

프랑스 알스톰에 손해배상하는 비용과 이미 건설된 구조물의 해체,쓰레기 처리,새로운 시공에 따르는 비용을 비교해 보자.

이렇게 해서 잃는 것은 무엇인가.나라 체면이다.

그러나 부실로 이미 구겨진 체면이다.얻는 것은 무엇인가.총체적 국민비용 최소화,물류비 직접절감효과,더 앞선 기술의 자기부상열차 건설대비등이다.

직선거리 5백㎞면 어느 곳에도 이를 수 있는 분단된 국토에서 고속철은 건설비용에 비해 매우 비효율적인 운송수단이다.

우선과제는 반도국을 도서국으로 만드는 수출입항구 주변의 인적 요소 정비고,장기과제는 통일후 연륙(連陸)국가와의 관계개선이다. 김병주 (서강대 경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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