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슈퍼마켓 제휴 잇따라 - 카운터에 자동인출기 설치 이용 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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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세계적인 금융빅뱅 시대에 거대 은행간 흡수합병이 활발하다.그러나 이 와중에 거꾸로 가는 흐름도 적지 않다.그중 대표적인 것이 소매유통업계와 금융업계의 결합.

영국에서는 지난 2월 제2위의 슈퍼마켓 체인인 세인즈베리와 스코틀랜드은행이 공동출자해 세인즈베리은행을 설립했다.맥스&스펜서는 아예 은행면허를 취득했다.

미국에는 현재 4천4백개의 슈퍼마켓 카운터에 은행원과 함께 자동인출기(ATM)가 설치돼있다.

이들의 원리는 간단하다.예금자들의 편리를 도모하고 대출의 안전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슈퍼마켓의 경쟁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우선 슈퍼마켓은 은행문이 닫힌 다음에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게다가 지역 주민들의 신용상태를 아는데도 슈퍼마켓을 당할 수 없다.따라서 슈퍼마켓이 언제든지 예금을 받을 수 있고 믿을만한 손님에게 소액대출을 해주는 금융창구로 자리잡고 있는 것.

비용도 적게 든다.미국에서 새 지점을 내려면 1백만달러의 설치비용이 든다.하지만 슈퍼마켓에 금융창구를 설치하는데는 25만달러면 충분하다.

일본에는 편의점들이 전기.전화.가스요금등 각종 공과금 수납은 물론 간이 우체국업무를 대행하는 경우가 급속히 늘고 있다.92년부터 세금수납 창구를 개설한 세븐일레븐의 경우 지난해 2천5백만건에 2천억엔의 수납을 대행했다.세금수납 대행에 따른 이익은 거의 없지만 붐비는 고객들로 다른 상품매출이 훨씬 늘어났다.

금융의 소매화에는 현재 은행측이 더욱 적극적이다.미국의 웰스 파고은행은 슈퍼마켓내 지점이 신규고객의 절반이상을 유치한 것으로 나타나자 앞으로 상당수의 일반지점을 폐쇄하는 대신 슈퍼마켓내 지점 비율을 전체의 7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미 금융업계는 이에 따라 슈퍼마켓내 금융창구가 향후 10년동안 10배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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