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대책이 되레 실업 키울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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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호 30면

캐럴라인 바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은 아직 한 달쯤 남았지만 벌써부터 정부의 덩치는 커지는 모양새다. 25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그의 목표는 300만 개로 불어났다. 우리는 돈으로 영향력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리고 지금은 돈으로 일자리를 살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하지만 모든 일이 이처럼 단순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바마는 7500억 달러를 투입해 세금을 깎고 사회간접자본과 교육·보건 쪽의 사업을 벌여 일자리를 만들 참이다.

지금 미국엔 1000만 명의 실업자가 있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월간 고용 조사에서 일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데도 일하지 못한 사람을 실업자로 친다. 폴 오닐 전 재무장관은 “우리가 모든 실업자에게 7만5000달러짜리 수표를 끊어 주면 실업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런 수표를 받은 사람은 날마다 사무실에 일하러 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들이 손가락 까딱하지 않아도 정부는 그들의 욕구를 채워 줄 수 있다는 소리다.

다만 오닐은 “2011년까지 3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목표는 자연적인 노동인구 증가에 상쇄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같은 기간에 미국의 노동력은 320만 명 증가할 전망이다. 7500억 달러를 쓴다고 해도 실업률을 줄이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규모의 돈을 투입하면 일자리 한 개를 만드는 데 25만 달러가 소요된다. 이는 노동집약형 고용 창출과는 거리가 있다(※소요 금액을 더 잘게 쪼개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뜻). 오닐이 “정책 설계자와 전문가들이 산수에 능한지 의문”이라고 꼬집는 이유다. 정말 그들은 셈법에 약한 것 같다. 경제학에 얼마나 도통한지는 더욱 궁금하다.

사람들을 일터로 보내는 게 목적이라면 중장비를 모조리 없애고 삽으로 땅을 파게 만들도록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 여기서 멈출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이 삽으로 깊이 1m, 길이 10m짜리 도랑을 파는 데 이틀이 걸린다고 하자. 만일 100명이 숟가락으로 땅을 파면 어떨까.

이것이 핵심이다. 자본을 노동으로 대체하면 언제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물론 문명의 역사는 이와 반대로 생산성 향상을 위해 움직여 왔다. 더 적게 투입해 최대의 성과를 내는 게 목표였다. 특히 자동화와 기술혁신은 인간을 기계로 대체해 왔다. 하지만 실업률이 영원불변하게 오르는 건 아니다. 국가가 발전하면서 새롭고 더 나은 일자리가 생겨났다.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고용 창출의 목표였고, 모든 경제학자가 동의하는 것처럼 이는 생산성 향상으로 달성돼 왔다. 이런 역할은 정부가 감당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정부는 재화와 용역을 수요자들에게 제대로 공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정부는 교통과 교육·치안 같은 재화와 용역을 제공하는 대가로 세금을 받는다. 위기가 닥칠 때만큼 공공불안이 커지고 정부의 손길을 더욱 필요로 하는 시절은 없다. 아울러 심각한 금융위기처럼 학파를 초월한 모든 경제학자를 한 배에 태울 어려운 시기도 없다.

오바마의 최고 경제자문관인 래리 서머스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위기를 통해 미국인들에게 필요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준엄하다. 기회보다는 비용이 더 크게 보이기 때문이다. 움츠러드는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돈을 쓰는 것과 그런 돈을 빨리 투입하는 문제는 전혀 별개의 것이다. 돈 쓰기 좋아하는 정치인일지라도 한계가 있다. 프린스턴대의 폴 크루그먼과 같은 케인스 학파의 경제학자들은 삽질할 준비가 돼 있는 충분한 프로젝트를 찾을 수 있을지 걱정한다. 서머스의 말은 지당하지만 적절한 동기 부여가 없다면 정부는 어떤 종류의 일자리를 창출할지 파악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정치인들은 왜 재정 투입을 통한 고용 창출을 하자며 재탕 논쟁을 벌이는 걸까.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그레고리 크리스타인센 경제학 교수는 “사라지지 않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공공 분야의 일자리 창출은 가시적”이라고 덧붙였다. 예컨대 공사 중인 도로를 보면서 사람들은 정부가 뭔가 제 역할을 다한다고 받아들인다는 소리다. 여기서 보이지 않는 것은 정부가 세금 징수를 통해 민간 부문에서 소비 여력을 빼앗아 오지 않았을 때 생길 수 있는 일자리다. 이런 손실은 오래간다.

정부의 역할은 민간 고용을 늘리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규정할 때가 많다. 세금을 낮추고 규제를 푸는 멍석을 깔라는 소리다. 금융위기의 재판을 막기 위해 엄격한 규칙을 도입하라는 대중의 외침 앞에서는 비즈니스 프렌들리의 멍석이 깔리기 힘들다.



‘잭 웰치 부부의 성공 어드바이스’는 잭 웰치 부부의 휴가로 이번 주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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