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살리기 領袖회담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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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나라가 어디로 떠내려가는지 관심조차 없던 정치권이 이제야 정신차린 모양이다.나라가 이지경으로 가다가는 어느 정파가 몰락하는 차원이 아니라 공동체가 주저앉을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뒤늦게나마 작동한듯 하다.

비방과 폭로의 선봉을 섰던 야당이 현재를 심리적 공황상태로 규정하고 민생과 민심안정을 위해 정쟁(政爭)중단을 선언했다.한보리스트 공개를 우려한 자구책이라는 해석도 있으나 변화된 야당의 자세임은 분명하다.신한국당 새 대표가 야당대표들을 방문하는 자리에서도 여야가 협력해 경제난국을 풀어가자는 얘기들이 오갔다.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져 청와대 영수회담도 곧 성사될 것같다.

여야의 청와대회담이 열린다고 해서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이 금방 나오리라고 보지는 않는다.다만 정치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나라걱정을 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통제없이 흘러가던 나라가 중심을 잡기 시작했다는 상징으로 작용할

것이다.이로써 국민들의 심리적 안정회복에 기여할 수 있으며,분열과 갈등으로만 치닫던 사회분위기도 통합과 조화로 모아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청와대회담을 포함해 여야간의 이러한 협력관계가 경제살리기에 최우선을 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과거 영수회담이라 하면 응당 정치문제가 주류를 이뤘으나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기업도산.수출부진.금융위기.실업문제 등 최악의

경제상황에서 여야 대표가 모여 대선이 어떻고,개헌이 어떻고 하는'한가로운'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경제를 살려야 나라가 산다는 인식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번 회담에서 앞으로 일정시점까지는 여야가 정치문제는 접어두고 경제를 위해 협력한다는 합일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춘투(春鬪)를 앞둔 노사문제,불안한 대학가의 움직임 등에 대한 충고와 건전한 소비정신,치열한 근로의식 등에 대한 권고도 나와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경제를 기화로 한보문제를 덮고 가자고 해서는 안된다.한보문제는 검찰과 국회 국정조사에 맡겨 결과를 기다리면서 국력을 경제에 모으자는 메시지가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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