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기.김장환 목사 청와대 찾아 시국논의 - 김영삼, 苦言듣고 장시간 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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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조용기(趙鏞基)순복음교회 당회장과 김장환(金章煥)수원침례교회 담임목사(극동방송사장)가 26일 오전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을 면담,국정운영과 관련해 고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측도 27일“두 개신교 목사가 金대통령에게'사심없이 초당적으로'국정을 운영해달라고 부탁한 자리였다”고 확인했다.

면담에서 趙당회장은 金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이 한 우화(寓話)를 소개했다고 27일 오전 예배에서 밝혔다.

“옛날 어느 왕국에서 밀밭농사가 풍년이 들었는데 한 무리의 탕아들이 말을 타고 와 밀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자 그 나라 왕은'다시 한번 이런 일이 있으면 그 사람의 두 눈알을 빼놓겠다'고 약속했다.그런데 얼마후 다시 그런 일이 발생

했는데 범인은 알고보니 왕의 아들이었다.왕은'약속을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으나 주변의 신하들은'어떻게 아들의 눈을 뽑느냐'고 반대했다.왕은 고민끝에 자신의 오른쪽 눈과 아들의 왼쪽 눈을 뽑았다.”

현 시국을 타개하기 위해선 金대통령 본인의 희생도 필요하다는 고언을 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金목사도 다윗이 반역을 꾀한 아들 압살롬이 정부군의 창에 찔려 죽은 후 식음을 전폐하다 다시 심기일전,나라를 잘 이끌어갔다는 성경 대목을 인용해 金대통령의 분발을 촉구했다고 한다.

이에 대한 金대통령의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金대통령은 이들의 얘기를 진지하게 듣고 장시간 기도를 함께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면담과 관련,주목을 끄는 대목은 金대통령과의 면담 이틀전에 이뤄진 趙당회장.金목사와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간의 회동.趙당회장.金목사는 24일 金총재.김영광(金永光)전의원과의 골프회동에서“현재의 혼란한 시국은 대통령 한명에게

권력이 집중하는 대통령중심제의 폐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金총재 측근이 전했다.내각제에 대해서도 깊은 교감을 나눴다는 것이다.

金총재 측근인사는“趙당회장등이 26일 金대통령을 면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따라서 金총재가 자신의 내각제 구상을 그들을 통해 金대통령에게 전달하려 했을 것이며 趙당회장등은 金총재의 뜻을 金대통령에게 전달했지 않았나

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어쨌든 金대통령 면담(2월23일)→金대통령 대국민사과성명발표(2월25일)→김종필 총재 회동(3월24일)→金대통령 면담(3월26일)순으로 이뤄진 두 목사의 활발한 움직임에서 향후 정국의 변화를 점쳐보려는 시각도 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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