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게이트>권노갑의원 추가 1億에 김대중총재 당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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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보태풍은 집권 민주계에만 몰아친게 아니다.따지고 보면 국민회의와 김대중(金大中)총재에게도 엄청난 상처를 안겨주고 있다.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권노갑(權魯岬)의원은 金총재의 분신.총재및 당의 자금과 조직관리가 지금까지 그의 주요 역할이었다.그가 떳떳하지 못한 자금을 받았다면 이는 곧 金총재와 무관할 수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물론 權의원 개인차원의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하지만 그와 金총재의 관계로 미뤄볼때 權의원의 행위는 곧 金총재의 오른팔역으로서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홍인길(洪仁吉)의원의 구속으로“한푼도받지 않았다”고 한 약속에 흠결이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논리다. 특히 權의원은 처음 자백한 1억6천만원 이외에 추가로 정재철(鄭在哲)의원을 통해 1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할말이 없게 됐다.검찰에 출두하기전까진 한보 자금인줄 몰랐고 더욱 의원들의 한보관련 질의 무마용으로 받은 것은 아니 라고 밝혀 검찰수사결과가 관심을 끌고 있다.그의 주장대로라면 상처가덜하겠지만 만약 수사결과 그의 진술이 거짓으로 드러날 경우 치명상을 입게 된다.
그 치명상은 그대로 국민회의와 金총재의 도덕성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없다.
김상현(金相賢)의원의 1억원 수수설도 사실로 판명될 경우 金총재에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게 당관계자들의 관측이다.비록 金지도위의장이 金총재의 도전자여서 직접 관련은 없다 하더라도 당의 이미지는 여지없이 흐려지게 되기 때문이다.이 때문인지 金총재는 이틀째 당사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모든 일정을 취소한채 일산(一山)자택에 머무르고 있다.
11일에는 자민련과의 합동의총에도 참석하지 못했고 13일로 예정됐던 당진의 한보철강 방문계획도 연기했다.운동을 하다 오른쪽 무릎에 무리가 가해져 하루정도 걸음걷는 것을 자제하라는 의사의 권유가 표면상의 이유다.
그러나 당 주변에선 단순히 건강상의 이유만은 아닐 것이라고 관측한다.金총재는 1억6천만원 이외에 더 없다고 한 權의원의 말을 믿었으나 1억원 추가수수 사실에 몹시 당혹해했다고 한다.
金총재는“검찰수사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한보 문제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판단이 원인인데 국회의원이 정치자금을 받아서 생긴 일로 왜곡하고 있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깊은 한숨을 쉬었을것이라고 측근들은 전한다.
〈이정민 기자〉<사진설명> 국민회의 의원들이 비리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권노갑의원을 면담한후 대검중수부를 나오고 있다.
〈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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