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한 차범근 vs 꼼꼼한 귀네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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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축구 지도자의 세계에서 골키퍼나 공격수 출신은 비주류에 속한다. 조직력보다 개인 능력이 더 필요한 골키퍼나 공격수는 팀 전체를 생각해야 하는 ‘축구 본능’ 면에서 수비수나 미드필더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2008 K-리그 챔피언 경쟁은 공교롭게도 스타 공격수 출신인 차범근(55) 수원 삼성 감독과 골키퍼 출신의 세뇰 귀네슈(56) FC 서울 감독의 ‘극과 극 대결’로 압축됐다.

◆선 굵은 스트라이커 출신 차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수원의 공격라인은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공격수 출신 차 감독의 옛 모습이 연상될 정도로 매섭다. 올 시즌 정규리그 26경기에서 17승을 거둬 14개 팀 중 최고를 기록했다. 득점에서도 46골로 대구 FC와 함께 리그 선두였다. 반면 패한 경기도 여섯 번이나 된다. 공격이 매서운 만큼 기복이 심했다는 이야기다.

K-리그 최고의 외국인 수비수로 손꼽히는 마토를 중심으로 한 수비라인이 두텁긴 하지만 아무래도 수원의 무게중심은 빠른 공격라인에 있다. 두두·서동현·신영록·배기종 등 공격전개 속도가 빠른 자원들이 그라운드와 벤치에 골고루 포진돼 있다. 미드필드 싸움에서 밀리더라도 역습 찬스에서 언제든 골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은 차 감독이 수년간 공들여 만든 수원의 필살기가 됐다.

◆섬세한 골키퍼 출신 귀네슈

귀네슈 감독은 1970~80년대 터키리그 트라브존스포르와 터키 대표팀(38경기 출장)에서 간판 골키퍼로 활약했다. 그의 축구에는 골키퍼의 필수요소인 빠른 두뇌회전과 꼼꼼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올 시즌 서울은 정규리그 26경기에서 두 번밖에 지지 않았다. 서울이 기록한 9무승부는 전체 2위로, 올 시즌 웬만해서는 지지 않는 팀컬러를 확립했다.

그렇다고 수비에 치중했다는 비판을 듣지는 않았다. 다만 차범근 감독이 추구하는 선 굵은 축구와는 차이가 난다. 귀네슈 감독은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미드필드를 중심으로 만들어 나가는 조직력을 가다듬어 아기자기한 축구를 선보였다. 공격수 데얀의 득점 기여도가 높았지만 공격의 키는 미드필드에 있었다.

귀네슈 감독이 부임한 지난해부터 양팀의 상대전적은 5승3패로 수원의 우세지만 올 시즌만 놓고 보면 2승2패다. 챔피언결정전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1차전을, 7일 수원 빅버드에서 2차전을 치른다.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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