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게이트>여야 한보사태 정부 책임론 들고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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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야총재 핵심측근들의 한보자금 수수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는가운데 사태의 초점은 각종 인.허가권을 쥐고도 한보철강 부실을방치한 정부.금융기관의 책임을 추궁하는데 모아져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부처와 금융기관들의 정책적 오류와 판단착오,사전.사후 감독소홀,정실(情實)대출등이 한보사태의 주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여야는 5일과 6일 일제히 한보사태의.정부 책임론'을 들고 나섰다.특히 신한국당 일각에서도 5일 비공개 당무회의를 계기로정부책임론을 꼬집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어 주목된다. 물론 일련의 지적은 부실기업을 음양으로 후원한 정치권 전반에쏟아지는 불신풍조를 희석하고 자당(自黨)의 정치적 부담을 덜기위한 측면이 없지않다.그러나 인.허가와 행정감독권,시정명령권등다양한 권한을 갖고있는 정부와 금융당국자들의 책임소재에 대한 논란도 거세질 조짐이다. 상황에 따라선 청와대를 정점으로 하는 행정부와 국회를 축으로하는 입법부간의 책임논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국민회의는 6일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간부회의에서“한보사태는 부패한 공무원과 은행가,정태수(鄭泰守)씨를필두로 한 한보그룹,전직 청와대 수석비서관등 민주계 실세 상당수가 얽힌 유착사건”으로 정의했다. 그는“특히 뇌물수수 여부를 떠나 한보와 금융기관이 이 지경이되도록 방치한 청와대 경제수석실.재경원.통산부.감사원.은행감독원.산업은행과 시중은행등의 관련자 수백명에게 직무유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민련 이인구(李麟求)의원도“정부관계자중 아무도 책임을 통감한다는 사람이 없다”며“북한군이 휴전선을 사단규모로 남침했는데도 국군 지휘계통이 서로 눈치만 보고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신한국당 당무회의에서 김중위(金重緯)의원은“한보사태가 터지기까지 은행장뿐 아니라 재정경제를 맡고 있는 책임있는 관계자들은도대체 무엇을 했느냐”고 정부책임론을 역설했다. 국민회의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은 특히“우리 실정에서 1백억원 이상의 거액 대출은 사후적으로라도 청와대 경제수석실이나 재경원 금융정책실에 보고되는게 상식”이라며 경제관료들의 능력 한계론을 제시했다.재경위원인 이상수(李相洙)의원은 “책임자들은정치.행정.사법적 책임을 면키 어렵다”고 말했다. 통산위원인 박광태(朴光泰)의원은 구체적으로“한보철강이 세계 철강계의 주시를 받을 정도로 대규모 시설투자를 하고 코렉스공법등 입증되지 않은 기술을 도입하는데 통산부는 신기술 도입에 따른 세금혜택까지 주었다”며 통산부 무용론을 주장했 다.신한국당홍준표(洪準杓)의원은“사건이 터졌으면 통상산업부는 향후 철강산업 상황을 정밀 예측해보고,국세청은 한보양도에 따른 세금처리 문제를 연구하는등 경제장관들이 종합적 대책마련에 나서야함에도 의혹설에 휘말릴까봐 발빼는데 급급하고 있다”며 정부의 무대책을추궁했다. 신한국당 민정계의 한 의원은 익명을 요구하고“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하나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벌써 두차례나 전망치를 바꿨다”며“이런 공무원들이 한보의 사업성이나 금융대출의 적절성등을 제대로 판단했다고 보기 어렵다는게 대부분 의원 들의 생각”이라고 전했다.야당의원들과 익명을 요구한 여당의원들은“정치권 관계자중 한보자금을 수수한 인사는 법대로 처리돼야 하고,그에 앞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도 정부를 대표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적극적인 수습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현종.최훈 기자〉<사진설명> 한보사태 야당 합동조사위원회(위원장 조순형 국민회의.이인구 자민련의원)가 6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보철강부도와 관련한 4개 분야 23대 쟁점의혹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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