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물 한.대만 외교문제화 북한 관리잘못땐 한반도 오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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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만 핵폐기물의 북한 매립문제가 한.대만간 외교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방사능 함유량이 낮은 저준위 핵폐기물이라고 하지만 환경오염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정부는 매우 심각하게 문제를 받아들이고 있다.
대만전력공사는 지난 11일 북한 국영무역회사와 저준위 핵폐기물 6만배럴을 향후 2년간 북한에 매립키로 협정을 맺고 앞으로매립규모를 20만배럴까지 늘리기로 합의했다.
저준위 핵폐기물은 원자력발전소의 환기계통에서 사용된 폐(廢)필터,방사능에 오염된 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온교환수지,작업자들이 사용한 작업복이나 장갑.공구등이다.
이 폐기물에는 코발트 60,망간 54등 방사성 핵종이 포함돼있어 1백~2백년이 지나야 방사능이 거의 없는 상태가 된다.이에 따라 보통 안전한 포장용기에 넣어 영구 처분토록 돼있다.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체 처리시설을 운영하는 나라들도 있지만대다수 국가들이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우리나라는 저준위 폐기물을 철제 드럼에 담아 원자력발전소에 딸린 임시저장고에 보관하고 있지만 굴업도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 무산에 따라 영구처분장을 아직 마련하지 못한 실정이 다.
대만은 그동안 3개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핵폐기물 18만배럴을 대부분 자국의 외딴 섬에 매립했으나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북한.러시아.마셜제도.중국등과 매립계약을 추진해 왔다.
북한이 외화벌이 차원에서 이에 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문제는 북한이 관리를 잘못할 경우 자칫 한반도 전체에 방사능 오염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핵폐기물 처분.관리는 최소한 수백년간 유지돼야 한다는 점에서핵폐기물의 북한 반입은 통일 이후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외교경로를 통해 대만측에 반출계획 중단을 요구하는 한편 국제기구를 통해 압력을 가하겠다지만 대만측이 우리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뾰족한 대책이 없는 형편이다.
유해 폐기물의 국경간 이동을 규제하는 바젤협약은 방사능 폐기물에 대해서는 협약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정부는 바젤협약관련규정이 핵폐기물의 국경간 이동규제에도 원용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바탕으로 대만을 설득할 방침이지 만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배명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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