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브이세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단원들은 다리를 건너기 전에 쇠파이프와 야구 방망이들은 다리밑에 숨겨두고 가죽 장갑도 벗어 호주머니에 찔러넣었다.다리 건너편에는 이전의 폐허 마을과 비슷한 동네가 펼쳐져 있었다.산등성이를 깎으면서 타고 올라간 동네라서 약간 비탈 이 져있었는데,그래서 그런지 이전 폐허 마을처럼 유흥가가 뚜렷하게 형성되지는 않았다.이전 폐허 마을에 노래방이 열개 정도 들어서 있었다면 다리 건너 동네는 한두 개 정도가 고작이었다.
니키 마우마우단원들은 준우의 편지를 어떤 주소로 받을까 고심한 끝에 다리 건너 동네의 한 다세대 주택 주소를 사용하기로 했다.그 주택은 지하까지 합하면 4층 건물로 적어도 일곱 세대이상은 들어 있기 때문에 주인도 누가 들어와 사 는지 일일이 파악할 수 없을 정도였다.우편함도 세대별로 따로 설치되어 있는것이 아니라 철대문 안쪽에 붙어 있는 큼직한 우편함에 그 주택의 모든 우편물들이 담기는 것이었다.
단원들 중에 가장 모범생다운 인상을 하고 있는 대명이 주로 그 주택 우편함을 뒤져 편지들을 가져오곤 했다.그 주택 철대문은 대낮에는 항상 열려 있는 편이어서 우편함을 뒤지기는 누워서떡먹기인 셈이었다.주인이나 그 주택에 사는 사람 들이 대명이 대문께에 붙어서서 우편함을 뒤지는 것을 보아도 의심의 눈초리를보내는 적이 없었다.대명을 그 주택에 같이 사는 학생으로 여기고 있음에 틀림없었다.그리고 그 주택에 이전에 살던 사람들도 종종 와서 혹시 주소가 변경된 것을 모르고 보낸 우편물이 없나찾아보는 형편이고 보니 대명이 더욱 의심받을 리 없었다.
이번에도 다른 단원들이 동네 어귀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동안,대명이 그 주택으로 가서 우편함을 뒤졌다.
“옥정이 너 어느 동네 살어?” 옥정이 이 동네에 사는가 싶어 길세가 또 옥정의 도톰한 어깨살을 손가락으로 찔러보며 물었다. “저어기.” 옥정은 엉뚱한 방향을 가리키며 히죽 웃었다.
조금 있으니 대명이 큼직한 봉투를 들고 단원들에게로 다가왔다. “이건 뭐야? 편지가 아니고 책이잖아.준우가 보낸 거야?”“오늘 준우 편지는 없어.그래서 이거라도 들고 왔지 뭐.” “그럼 다른 사람 우편물을 들고 왔단 말이야?이건 도둑질인데.”“이건 아마도 이전에 살던 사람 우편물인 것 같아.몇주째 우편함 근처 의자에 놓여 있는 거야.이런 큰 우편물은 거기 의자에놓아두거든.그리고 책 도둑놈은 도둑이 아니라는 말도 있잖아.하긴 우리가 뭐 도둑질이냐 아니냐 따지게 생겼어.
” 글 조성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