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합격자 이탈막기 비상-97학년도 대학입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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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이번 입시에서도 학생들의 대량 이탈사태가 재연될까 두렵기조차 합니다.그렇다고 가는 학생 막을 수도 없고….” 96학년도에 합격자 1백91명중 80% 이상이 서울대 등으로 빠져나가 악몽(?)같은 입시를 치렀던 포항공대 입학관계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복수지원 기회 확대로 합격자 이탈현상이 지난해보다 심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각 대학들은 예비합격자 수를 늘리고 각종 장학금 혜택 제시와 개별적 접촉을 통한 등록종용등 이탈자방지에 부심하고 있다.
포항공대의 경우 1백47명 정원에 1천2백71명이 지원,지난해 3.5대1의 2배 이상인 8.65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지만 입시 관계자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지원자가 많은 만큼 이탈자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지난해 정원의 3백%를 예비합격자로 발표했던 포항공대는 이비율을 상향조정할 방침이다.
이 학교 홍보관계자는“이달중으로 파격적인 장학금 지원 혜택등이탈 방지책을 마련,합격자 발표와 함께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그러나 그는“다른 학교가 도용할 우려가 있어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합격자 3천2백명중 절반 가까운 1천4백명이 1차등록을 포기했던 연세대는 올해는 경쟁률까지 하락,관계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이에 따라 연세대는 지난해와 달리 등록 희망원을 낸 학생들에 한해 10~1백50%의 예비합격자를 발표하고 개별적 전화접촉으로 이탈을 방지할 계획이다.
간판격인 법학과 합격자중 80% 이상이 이탈,자존심이 상했던고려대는 법학과만 서울대와 같은 날 전형을 치르는등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이제는 지원자 수준 하락을 걱정하고 있다.
황대현(黃大玄)입학관리과장은“지난해 장학금 혜택등을 제시,우수학생 스카우트전을 펼쳤지만 별반 효과가 없어 올해는 실시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사상 처음으로 2백30명이 등록을 포기,추가합격자를 발표했던 서울대도 올해 두차례에 걸쳐 추가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중앙대.숭실대.건국대등이 지난해보다 2~5배 가량 예비합격자수를 늘리는등 대부분의 대학이 대량 이탈사태에 대비,예비합격자수를 늘리기로 했다.
서울지역 대학으로는 유일하게 시험일자가 97년 1월13~17일인.라'군을 선택,16.32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 홍익대도 상당수가 허수(虛數)지원자일 것으로 보고 당초 1백%에서 3백%로 예비합격자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또 상황 에 따라 장학금등 혜택을 급히 마련해 우수학생의 이탈을 방지할 방침이다.
한편 고려대.이화여대등은 내부적으로는 예비합격자를 사정하되 입시 브로커 개입등 부정을 방지키 위해 예비합격자는 공개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통보키로 했다.
이같은 대학측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선 근본적인 이탈 방지책은 없다고 입시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연세대 황규복(黃奎福)입학관리차장은“특차전형의 확대,간판학과의 집중 육성등을 통한 대학 특성화만이 이탈자를 방지할 수 있는 장기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김준현.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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