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비하 말썽 '폴링다운' 名退바람 타고 슬쩍 개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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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지난 94년 한국인을 비하하는 내용으로 물의를 빚은 끝에 상영 불발된 미국영화.폴링다운'이 3년만인 내년 설날께 개봉될 전망이다.
제작사인 미국 뉴리전시사로부터 배급권을 인수한 한맥 엔터테인먼트는“문제의 비하장면은 반한감정과는 관계가 없으며 원치않은 퇴직을 당한 주인공의 심사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의 하나일뿐”이라며“영화가 명예퇴직 파동으로 몸살을 앓는 요즘 우리 모습과 비슷한 상황을 그리고 있어 호응이 클 것으로 보고 개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맥 엔터테인먼트측은“미국에 살인바이러스를 몰고 온 배 선실에 태극기가 걸린 장면이 나온.아웃브레이크'가 지난해 아무 저항없이 상영되는등 한국사회의 문화적 수용력이 94년 당시보다 크게 신장된 점도 십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폴링다운'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에 들어간 주인공 마이클 더글러스가 잔돈을 바꾸려고 콜라를 사려다 가격이 생각보다비싸자“한국인은 돈만 안다.우리(미국)가 한국전쟁때 너희를 얼마나 도와준줄 아느냐”며 주인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장면이 문제가 됐다.
당시 수입사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는.추락'으로 제목을 바꾸고한국인 비하장면을 삭제한 뒤 개봉하려 했으나 시민단체등이 반대움직임을 보이자 상영을 철회했었다.
.의뢰인'의 조엘 슈마허감독이 93년 만든.폴링다운'은 실직당한 백인 중년사내가 만 하룻동안 LA 뒷골목을 돌아다니며 만난 한국계.히스패닉계.네오 나치파등 소수민족들에게 우울한 심사를 폭발시키다 점차 미쳐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유색인종의 세력 확장에 위기의식을 느낀 백인 중산층의 정서를블랙 코미디와 액션을 결합시킨 형식속에 비교적 잘 담아냈다는 평을 받았으며,칸영화제 경쟁부문까지 진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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