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현실 못따라가는 생활행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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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요즘 정육점에서 제조한 돈까스로 도시락 반찬을 만드는 주부들이 많다.이 즉석 돈까스를 사본 주부들은 적당한 가격에 맛도 있고 편리해 좋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또 찜질방을 찾아 스트레스를 푸는 주부들도 많다.이들 역시 만족해하는 쪽 이 다수다.
하지만 정작 정육점 돈까스의 대부분이 무허가라는 사실과 찜질방이 행정기관의 허가는 물론 신고조차 하지 않은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왜냐하면 주부들은 정육점 돈까스와 찜질방이 생활의 한 부분이 된지 이미 2~3 년이 지났으니 당연히 관할 행정기관의 테두리 속에 있으려니 하는.헛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전 대전에서 돈까스를 판매하는 정육점 주인의 전화를 받았다.이 주인은 정육점 돈까스가 무허가로 판매된다는 보도(본지 11월 11일자 21면)를 보고 관할 구청에 허가를 내러 갔지만 그런 허가를 내주는 행정조항이 없다고 해 그냥 돌아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돈까스는 양념해 팔기 때문에 즉석판매제조가공 허가가 있어야 하는데 이 지역에서는 정육점 돈까스에 이 조항을적용하지 않는 탓이었다.하지만 이 조항을 적용하는 서울의 경우도 구청별로 기준이 다르고 정육점에 서 즉석판매 허가를 얻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정육점 돈까스 판매는 계속 무허가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이미 일반화되다시피한 정육점 돈까스에 대한 별도의 행정조치다.왜냐하면 주부들이 선호하는식품이니 만큼 무허가란 딱지도 떼어주고 행정기관이 이에 대한 위생검사등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찜질방은 아예 아무런 행정기준도 없다.찜질방은 24시간 영업하는데다 음식물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어 물의의 소지가 있다.더구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소방시설 요건등을 까다롭게 관리해야 함에도 관할 행정기관은 지금까지 이를 거 의 방기해둔상태다. 행정이 생활을 못따라가는 것은 이 뿐만 아니다.냉장고등 대형쓰레기나 음식쓰레기를 청소해갈 경우 수거비 기준은 있지만 비디오.전축.전자레인지같은 중형쓰레기 처리에 대한 가격기준이 없어 주부들이 이를 버릴때마다 청소용역업체로부터 바가 지를쓰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이다.
정육점 돈까스.찜질방.쓰레기 분리수거.이처럼 생활은 토끼처럼빠른데 비해 생활의 편의를 위한다는 행정은 거북이처럼 느리기만하다.이런 현상이 계속 반복된다면 더욱 빨리 변할 세상에 얼마나 불편하고 불합리한 일들이 많을까..현재진행 형'행정을 펼 수 있는 다각적인 모색이 절실하다.
신용호 생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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