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아이템] 캐리의 '클러치 백'엔 뭐가 들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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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빛을 반사하며 화려하게 빛나는 주디스 리버(Judith Leiber)의 클러치 백.

우리 안에는 참 모순이 많습니다. 반짝이는 것만 보면 환장(?)한다는 까마귀를 놀리면서도 사실 반짝이는 것들에 대한 우리의 사랑은 그 누구 못지않습니다.

우리나라의 레드카펫도 요즘은 할리우드 부럽지 않을 만큼 화려해졌죠. 그 위를 사뿐히 걸어 나가는 여배우들의 모습 또한 눈부십니다. 저마다의 개성에 따라 독특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입고 나온 그녀들은 그리스·로마신화에서 방금 뛰어나온 여신인 듯 보이기도 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조각가 피그말리온이 그랬던 것처럼 아름다운 여성에게 시선을 빼앗기는 것은 남녀노소 불구하고 당연한 일이겠죠.

저 역시 그 황금비율의 조각 같은 여배우들의 모습에 감탄도 하고 스타일 분석도 하면서 빠져들 때가 많은데, 최근에는 그녀들이 들고 있는 클러치 백에 눈이 많이 가더군요. 저 조그마한 크기의 지갑도 가방도 아닌 것에는 도대체 무엇이 담겨 있을까? 뭘 넣을 수 있기는 한 걸까? 순간순간 이런 질문이 머릿속을 스치다가도 아름답게 반짝이는 모습을 보면 ‘뭐 어때. 예쁘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결론이 나곤 합니다.

사실 레드카펫 위 여배우들의 클러치 백 용도는 ‘쓸데 없는 걱정’입니다. 이때 클러치 백은 무엇을 담는 ‘가방’으로서의 기능보다는 그녀들의 아름다운 자세를 위한 이동 지지대의 역할이 더 크거든요. 호주머니도 없는 드레스를 입고 포토 월에 서 있을 때, 갈 곳 몰라 어색해하는 손이 클러치 백에 의존하면 멋진 포즈가 완성되거든요.

주디스 리버라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여러 가지 반짝이는 동물 모양의 클러치 백으로 유명하죠. 수없이 많은 패션 아이템을 구경할 수 있는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극 중 ‘빅’이 어느 파티에 ‘캐리’를 데리고 가기 위해 선물했던 바로 그 동물 모양의 클러치 백이 주디스 리버의 것입니다. 캐리는 그 작은 백 안에 무엇을 넣고 외출했을까요?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해 봅니다. ‘지금 내게 꼭 필요한 것은 과연 뭘까?’ 클러치 백의 가치 중 하나는 한번쯤 이런 고민을 하게 만드는 점이라고.

꼭 고가의 클러치 백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커다란 가방은 집에 두고 정말 필요한 아이템들만 간추려 클러치 백에 넣고 나들이를 해 보면 어떨까요? 가을 단풍이 붉게 물든 거리를 레드카펫으로 생각하고, 당신은 여배우가 돼 보는 거죠. 어때요?

하상백 (패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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