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지구촌 음주문화 러시아-대통령부터 걸인까지 보드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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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전세계에서 한국과 음주스타일이 가장 비슷한 곳이 러시아라고 모두 입을 모은다.많이 마시기도 할뿐더러 술잔을 기울인 뒤에야비로소 서로 통하는 사회의 모습이 너무 흡사하기 때문이다.
술은 러시아문화의 일부며 생활 그 자체다.남자들은 항상 어떤이유를 만들어서든 마신다.국민전체의 60%가 알콜을 하루라도 입에 안대면 못배긴다는 통계도 있다.
마시는 술은 단연 보드카다.보드카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코냑이나 위스키같은 유럽스타일의 술은 고상한 자리에나 나온다.
러시아에서 보드카는 전천후다.어떤 자리에서든 나오는 술이다.고관대작부터 서민까지 보드카를 마신다.옐친대통령이 병에 걸릴 정도로 즐겨 마시는 술도 보드카며 지하철구석에 처박힌 주정뱅이의주머니에 들어있는 술도 보드카다.마시는 습관은 한국처럼 폭주스타일이다.혼자 마시는 경우는 거의 없고 꼭 누군가와 함께 마신다. 폭탄주처럼 맥주잔 속에 보드카잔을 넣어마시는 「요르식」이라는 주법도 있다.또 한번 따른 술은 반드시 마셔야하는게 불문율이다.자기 잔을 홀짝거리거나 개별적으로 잔을 건네는 풍습은 없고 전체 잔을 한번에 채워 한꺼번에 마신다.
마실때는 『위하여』라는 애매한 말은 하지 않고 건배를 제의하는 사람이 뭔가를 제법 길게 한마디하고 다른 사람들은 말이 끝날때까지 들고 있어야 한다.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술을 안하는 사람에게 술을 강권하고 술을 못하는 사람을 낮춰보 는 경향도 있다.술을 많이 마시다보니 취한 행동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꼭지가 돌때까지 마시고나야 친해졌다는 분위기가 생겨난다.
마시는 장소는 대개 집이다.그러나 거리에서 안주없이 보드카를잔으로 사서 마시거나 공원의 벤치에서 아는 사람끼리 간단한 안주로 1ℓ짜리 보드카 한병을 뚝딱 해치우고 귀가하는 모습도 많다. 『사 스따깐놈 프쇼 모즈노 리쉬쯔,베스 스따까나 뜨루드나(술잔이 있으면 모든게 해결된다.술잔이 없으면 모든게 어려워진다).』 술없는 인간관계는 존재할 수 없다는게 러시아 주당들의변(辯)이다.
모스크바=안성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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