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개천 하나부터 살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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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오늘도 난 동네아이들 몇명을 데리고 아파트 옆으로 흐르는 탄천에 놀러갔다.비가 많이 내린 얼마전 이후 우연히 내려다본 그물이 희한하게도(?) 맑은 물이어서 네살짜리 아들과 함께 또 골목대장 따라다니듯 따라붙은 동네아이들과 그곳을 찾은게 오늘로세번째가 된다.
이름만 들어도 아름다운 아름마을과 이매촌 사이를 흐르는 큰 탄천,바로 이 탄천으로 합류하기 직전의 조그마한 탄천이 보통땐항상 냄새와 오물로 이끼까지 끼고,물도 적어 그 물속에 발을 담근다는 건 상상도 못했었다.근데 요 며칠 자꾸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아이들은 무릎까지 차오르는 물속으로 들어가 신발 감추기 게임등을 하며 아주 신나게 노는 것이다.
빈 페트병 반을 잘라 밑둥지에 흙을 담고 이름모를 잡초 서너가지씩 심고,또 발끝에 차이는 자갈돌 몇개를 그 위에 얹어 작은 테라리엄을 만들었다.모두들 멋진 테라리엄 하나씩을 완성했다.그리고 맨발로 물속으로 들어가 조심스럽게 손으로 물을 담아 각자 만든 작은 정원(?)에 뿌리는 거다.그때 3학년짜리 여자아이 은교가 물속에서 뭔가를 건져내고는 소리치는 거다.
『이게 뭐예요? 해골 같아요.』 『아무리…』하며 들여다보니 어머나… 내 주먹보다 조금 큰 강아지 해골이었다 .
갑자기 그 맑게만 보이던 물이 개천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아이들을 데리고 바삐 돌아오면서 당분간은 아니 한동안은 다시 안가고 싶을 것같았다.또다시 이 탄천은 예전처럼 끈적거리고 냄새나는 물만 흐를 것이다.얼굴없는 아저씨들은 개 잡 아먹은 후 뼈를 버리고,이름모를 주부들은 생각없이 아무거나 하수도로 흘려버리고… 네살짜리 아들이 초등학생이 되어 『엄마,오늘 탄천에서잡은 물고기 좀 봐.열마리나 돼요』라고 소리치길 바라는 것이 허망한 희망사항일 것같아 오늘 난 참 우울하기만 하다.
박정애 경기도성남시이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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