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식중독 어린이 집단학대 시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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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식중독 병균보다 오히려 이지메(집단 학대)가 더 무섭다.』6천명 이상이 O-157균에 의해 식중독에 걸린 일본 오사카(大阪)부 사카이(堺)시 어린이들은 감염 공포에다 동료 어린이나다른 지방 주민들의 냉대까지 겹쳐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 문부성은 전염병 소동이 이지메 파문으로 이어지자 12일전국 교육위원회와 급식관계자를 소집한 회의에서 『이지메가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지도하라』고 당부했으나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전국적으로 9명이 숨지고 1만여명이 발병한 이번 O-157 식중독의 최초 발병지인 사카이시에는 아직도 1백20여명의 어린이가 입원중이다.
문제는 병이 다 나아 퇴원한 어린이들까지 친구들로부터 『너 O-157이지』라고 손가락질 받고 따돌림당하는 일이 만연하는데있다. 일본에서 사회문제가 된지 오래인 이지메 현상이 식중독 공포와 결합한 것이다.
병원에서 잠깐이라도 치료받았던 어린이들은 동네 놀이터에서도 아무와도 어울리지 못해 부모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어린이뿐만아니라 오봉(일본식 양력 추석.8월15일)휴가철을 맞아 일본내다른 지방으로 가족여행을 떠나려던 사카이 시민 들도 그 지역 호텔로부터 잇따라 예약을 취소당하고 있다.시민 전체가 다른 지역들로부터 이지메를 당하고 있는 셈이다.시당국이 12일 『초등학교 어린이들에 대한 변검사 결과 3.06%가 O-157균 보균자임이 밝혀졌다』는 조사결과를 발 표하자 이지메 소동은 더 증폭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미 O-157을 법정전염병으로 공포한 일본 후생성은 여름방학이 끝나는 이달말까지 보균 아동들을 다른 아동과 격리시키는 문제를 놓고 고심중이다.
도쿄=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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