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덕수콜택시 장애인 택시기사 23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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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정상인들도 힘들다는 택시기사로 장애인 23명을 고용하고 성업중인 택시회사가 있다.
21일 오후4시30분 서울중랑구면목2동 덕수콜택시(대표 李錫八)차고.업무교대를 위해 들어온 택시에서 기사 朱용기(37)씨가 양쪽 목발을 짚고 나와 차 깔개등을 털자 동료들이 다가와 유리창 청소등을 도와준다.
동상 악화로 81년 두 다리를 잘라낸 2급 장애인인 朱씨지만지난 4월부터 이 회사 택시를 몰고 있는 당당한 「택시기사」다. 이 회사의 전체 운전기사 2백35명중 장애인은 모두 23명.소아마비가 5명이고 나머지는 사고로 한쪽 또는 양쪽 다리나 팔을 못쓰는 경우다.
이들은 자동변속기에다 내부가 각자의 신체구조에 맞게 개조된 차를 몰고 있다.두 다리를 못쓰는 2명은 오토바이 같은 핸드 컨트롤 장치를 설치했고 왼발 운전을 위해 브레이크 부분에 페달을 단 경우도 있다.택시 한대당 2백만원 정도의 개조 비용이 들었다. 이 회사가 처음 장애인을 채용한 것은 지난해 5월 한국교통장애인협회가 한쪽 다리를 잃고 1종면허와 택시운전자격증을딴 成우현(36)씨를 추천하면서부터.成씨는 운전면허를 따고 교육받는 과정에서 장애인인 것을 안 주위사람들로부터 『포 기하라』는 소리를 수없이 들어 반쯤 체념한 상태였다.
그러나 成씨가 워낙 성실하게 일하는데다 사고도 없자 자신감을가진 사장 李씨가 알음알음으로 또는 협회 추천으로 찾아온 사람들을 하나 둘씩 받아들인 것이다.
사장 李씨는 『처음에는 사고를 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사고가거의 없는데다 성실하고 진지하게 일해 회사로서도 성공적』이라고했다. 회사측은 이들에게 하루 9시간 정도만 일하게 하는 한편사납금은 3천원씩 줄여받고 있다.이에따라 이들의 수입은 경력에따라 월 1백만원에서 1백50만원 정도.곧 장애인전용 화장실도회사내에 만들 예정이다.
朱씨는 『마음이 그렇게 편하고 떳떳할 수 없다』며 『가족을 가진 우리의 자활을 도와줄 이런 회사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한편 장애인 기사들은 6개월전부터 교통사고로 부모를잃은 韓모(12.서울성동구자양동)군에게 매달 1 5만원의 생활비를 보내주는등 회사의 배려에 보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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