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올림픽 斷相

애틀랜타올림픽게임이 막을 올렸다.88올림픽을 개최했던 기억이아직도 엊그제 일처럼 생생한데 벌써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세상도 많이 달라졌다.사회주의가 몰락했고 독일이 통일되었는가 하면 소련이 해체됐고 북한에서는 김일성(金日成)이 사망했다.국내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새로운 정권이 들어섰고 많은 「개혁」이 있었으며,드디어 지방자치 시대가 열 렸다.
올림픽은 무엇인가.8년전 우리들이 그처럼 흥분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애틀랜타올림픽의 소식을 기다리면서 우리들은 지난 8년간의 변화를 생각하게 되고 올림픽의 의미를 음미하게 된다.
올림픽게임은 4년마다 열리는 세계 아마추어 스포츠의 경기대회다.그러나 그것은 이상이다.현실을 보면 아마추어 정신은 점점 퇴색해가고 그 대신 상업주의 정신이 지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올림픽게임은 정치를 초월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됐던 1936년올림픽은히틀러의 선전수단이 됐고,1972년 뮌헨올림픽은 아랍 팔레스타인 테러분자들의 습격으로 처음으로 피를 흘리는 올 림픽이 됐다.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은 인종차별의 비난을 받고 있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선수들의 참여문제로 많은 나라가 마지막 순간에 선수들을 철수시키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으며,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비 난하는 미국을 위시한 50여개국이 보이콧했는데 4년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서는 소련등이 미국에 보복하기 위해 불참했다.다행히도 88서울올림픽이 열렸을 때는 고르바초프가 페레스트로이카를 추진하면서 서방과의 화해를 추구하고 있었기 때문에 동서진영 국가들이 모두 참여하는 성공적 대회가 되었다.
그러니까 올림픽은 정치를 초월한 것이 아니라 정치의 영향을 가장 민감하게 받는 것이 사실이다.그러면서도 올림픽은 역시 계속해야 한다.1936년 베를린올림픽은 히틀러의 선전무대가 됐지만 또 한편으로는 나라를 빼앗긴 손기정(孫基禎)선 수가 마라톤경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함으로써 한국인의 우수성을 확인하는 기회를 제공한 것도 사실이다.
올림픽의 본질은 경쟁에 있다.올림픽 운동에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가 비상한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는 올림픽이 세계의 각종 스포츠분야에서 누가 최고인가를 확인하는 경쟁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경쟁적 존재다.사회주의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고, 시장경제가 능률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인간이 하는 모든 일의 질.능률,그리고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쟁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국가도 마찬가지다.그래서 우리는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한다.다만 실제로 경쟁하는 주체는 개인이다.올림픽 경기의 결과를 놓고 국가의 메달 획득 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정하게 되지만실제로 경쟁에서 승리하는 주체는 운동선수 개인이 다.
궁극적으로 국가경쟁력은 개인의 능력을 떠나 생각할 수 없다.
우리 모두 각자가 하는 일을 최고로 잘 하게 될 때 비로소 우리 국가의 경쟁력은 최고가 되는 것이다.여기에서 국가가 해야 할 일은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일이다.
경쟁은 피곤하다.그리고 외롭다.경쟁없는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도 많다.경쟁은 인간을 비인간화하고 비정하게 만들며,이기주의만을 조장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그러나 그것은 경쟁하는 태도에 달렸다.올림픽을 보면 모든 경쟁은 일정한 규칙 을 전제하고있으며 경쟁규칙은 엄격하게 예외없이 적용되는 것을 알 수 있다.그리고 올림픽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은 무한경쟁에 동참했던 경쟁자들만이 느끼는 독특한 우정과 상호존중을 경험하게 된다.
궁극적 경쟁은 자신과의 경쟁이다.자신의 잠재력을 한줌도 남김없이 유감없이 최대한으로 발휘하기 위한 싸움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일 수밖에 없다.
올림픽은 4년마다 열리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들 모두가 항상 올림픽 경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왜냐하면 경기는 우리의삶의 기본조건이기 때문이다.우리들도 올림픽 선수들처럼 서로의 우정이 깊어지는 자신과의 경쟁을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을 약속하기 바란다.
김경원 사회과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