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가을 가격전략 ‘3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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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셰·혼다는 인상, 벤츠는 동결, 아우디·렉서스는 인하.

지난해만 해도 ‘인하’ 일색이었던 수입차 업체의 가격전략이 올 들어서는 제각각이다. 수입차 업계는 올 들어 환율 급등과 원자재 가격 급등이라는 악재가 겹쳤다. 그 와중에 지난달엔 전달보다 판매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 위기를 헤쳐가기 위해 어떤 업체는 가격 인상, 다른 업체는 가격 인하를 선택한 것이다. 한국수입차협회 윤대성 전무는 “대체로 시장지배력이 있는 모델의 가격을 올리고, 경쟁이 치열한 모델은 가격을 동결하거나 내리면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벤츠는 동결, 혼다는 인상=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는 16일 소형차 마이비(My B)의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기존과 같은 3690만원으로 정했다. 올 들어 원-유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가격 인상이 예상됐지만 동결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마이비가 인기 모델이기 때문에 최대한 고객 부담을 줄이고자 했다. 올해 안엔 환율 급등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가격 동결은 경쟁차에 대한 견제용이라는 분석이다. 마이비는 지난해 프리미엄 브랜드(BMW·벤츠·렉서스·아우디) 중 처음 나온 3000만원대 모델. 올 들어 570대 이상 팔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경쟁 차가 없던 이 시장에 아우디가 다음달 초 소형차 A3(3950만원)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벤츠는 자동 주차기능 등을 갖춘 모델을 값을 올리지 않은 채 내놓으며 맞섰다는 것이다.

좀 더 공격적으로 가격을 인하한 업체도 있다. 최근 ES350 프리미엄 모델의 가격을 350만원 내린 렉서스다. 가격을 크게 낮춘 BMW 528 등에 밀려 판매가 줄어들었던 렉서스는 한국 진출 후 처음으로 가격 인하 카드를 꺼냈다. 아우디가 올 3월 주력 모델인 A6 가격을 최고 20%까지 낮췄던 것과 비슷한 경우다.

이에 비해 포르셰와 혼다는 최근 가격을 인상했다. 포르셰를 수입하는 슈투트가르트스포츠카는 지난달 뉴911 4개 차종을 출시하며 값을 2~3% 올렸다. 혼다코리아는 10일 시빅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하며 값을 40만원 높였다. 뉴911과 시빅의 공통점은 수입차 시장에 마땅한 경쟁 차종이 없다는 것. 포르셰 911은 1억원이 넘는 고가의 스포츠카이고, 혼다 시빅은 수입차 중 가장 싼 2000만원 대 중반이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원자재 값과 환율 급등으로 전 차종을 올려야 했지만 인상 폭은 1% 대로 최대한 줄였다”고 말했다.

◆가격 조정의 효과는?=BMW 528i는 지난해 가격을 크게 낮추며 단숨에 수입차 시장 1위 모델로 올라섰다. 이후 업체들은 앞다투어 가격 인하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가격 인하가 모두 판매 급증으로 이어진 건 아니다. 아우디의 경우 대부분 차종이 가격을 크게 내렸지만 판매는 제자리다. 차 값을 내리면 중고차 가격이 떨어질 뿐 아니라 기존 고객의 불만을 사게 된다. 게다가 수익성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가격을 올려도 고민은 마찬가지다. 푸조를 수입하는 한불모터스는 5월 6개 차종의 값을 일제히 올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부 차종에 대해 유류비 지원 프로모션을 펼쳐 사실상 이전보다 오히려 값을 깎아주고 있다. 푸조는 올 들어 전년보다 판매가 8.5% 줄어들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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