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Earth Save Us] 하루 12만 인파에 주차는 1000여 대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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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주제로 열린 스페인 사라고사 박람회가 3개월의 일정을 마치고 15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103개국이 참가해 550만 명이 관람하는 등 성황을 이뤘고 환경 박람회 이미지를 크게 살렸지만 경제 효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친환경 박람회 성공=13~14일 관람객은 하루 12만 명을 넘을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박람회장 입구에는 아침부터 막바지 관람객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각 국가관 앞에도 사람들이 몰려 한국관 등 인기 전시장에 입장하려면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박람회장 주변 주차장은 한산했다. 주차된 자동차는 1000여 대에 불과했다. 조직위 측이 추진한 이산화탄소 줄이기 운동 덕분이었다. 조직위는 박람회장 주변 도로 곳곳을 차단하고 버스와 행사 공식 차량만 운행하도록 했다. 대신 박람회장을 도는 정기 노선 버스를 주말에는 5분 간격으로 배치하는 등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했다. 파리의 관광버스를 벤치마킹한 지붕 없는 관광버스도 큰 인기를 모았다.

13일 박람회장에서 인기를 모았던 한국관 앞에 길게 늘어선 관람객들. [사라고사=전진배 특파원]

버스도 모두 새로 도입한 이산화탄소 저배출 친환경 자동차였다. 입장객에게는 박람회 카드를 발급해 대중교통 이용 시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대회장 주변과 사라고사 시내에는 파리의 벨리브를 연상케하는 무인 자전거 대여소를 곳곳에 설치했다. 대회 자원봉사자 실비아 돈발(24·여)은 “관람객 대부분이 버스나 기차를 이용한 뒤 자전거를 다시 갈아타는 식으로 방문해 교통 혼잡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뜨겁고 바람이 많은 지역적 특성도 잘 활용했다. 박람회장에 공급하는 전기는 모두 태양열과 풍력을 이용했다. 이를 위해 박람회장 주변 공터에 풍력 터빈과 태양열 집열판을 새로 설치했다.

◆경제 효과는 기대치 못 미쳐=관람객이 당초 예상보다 100만 명쯤 적었다. 한여름 40도까지 올라가는 폭염과 유럽인들이 7~8월에 장기 휴가를 떠나는 게 주된 원인이었다. 박람회와 주변 관광을 묶는 다양한 관광 상품이 부족했기 때문에 해외 관광객을 유인할 만한 요인이 적었던 것도 이유다. 전체 관람객 550만 가운데 외국인은 5%가 채 안 됐다. 한국 전시장 관계자는 “8월까지만 해도 한산한 편이었고 그나마 대부분 내국인이었다”고 말했다. 사라고사 주변 사람들이 주요 관람객이다 보니 당일치기 손님이 많았다. 이는 경제 효과 감소로 이어졌다. 택시 운전기사 다비드 로페즈(34)는 “특수를 노렸던 사라고사의 음식점과 술집 대부분이 개·폐막식 즈음에만 반짝 효과를 봤고 대체로 평년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스페인 정부는 박람회장 일대를 비즈니스 파크로 조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상당 기간 낙후했던 지역 여건상 140만㎡에 달하는 광활한 부지를 채울 만큼 기업 입주가 활발할지는 의문이다. 특히 스페인 경제는 올해 1% 미만 성장을 시작으로 당분간 정체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더욱 어려워 보인다.

사라고사(스페인)=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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