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사치품 수입파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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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프랑스 영화배우 알랭 들롱이 서울을 다녀갔다.올해 62세의 나이에도 여전한 미남으로 여성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아쉬운것은 그의 방문목적이 영화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자신의 이름을붙인 향수와 코냑의 한국시장진출이 진짜 목적이 었다.들롱의 한국방문은 프랑스 고급상품 수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정도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프랑스 하면 우선 생각나는 것들중 하나가 바로 패션이다.파리시내엔 세계 패션계를 리드하는 브랜드들이 기라성(綺羅星)처럼 포진해 있다.그중에서도 특히 주목되는 곳이 파리 패션의 메카 포부르 생토노레가(街)다.이브 생로랑.피에르 카르 댕.랑뱅.쿠레쥐 등 오트 쿠튀르와 에르메스.샤를 주르당.프랑수아 비용 등가죽제품점들이 대표적 상점이다.여기서 가까운 방돔광장 부근엔 보석상 카르티에와 핸드백점 모라비토가 있다.
포부르 생토노레에 오트 쿠튀르가 등장한 것은 1920년대 폴포와레에 의해서였다.그러나 경영미숙으로 실패하고,곧이어 코코 샤넬이 등장해 포부르 생토노레의 명성을 쌓아갔다.그후 생로랑.
랑뱅.에르메스 등이 합류,그 위치를 확고히 했다 .70년대 오일 쇼크전까지 오트 쿠튀르는 유럽왕실과 부호들을 고객으로 명성을 유지했다.그러나 시대의 흐름은 거역할 수 없어 프레타 포르테(기성복)를 취급하게 되고,화장품 그리고 더 나아가 복식(服飾)이외 생활용품 분야에도 진출하는 등 이른바 토털 패션을 추구하고 있다.
프랑스 고급패션산업이 최근 주목하는 시장은 바로 아시아시장이다.이미 70년대부터 최대시장으로 자리잡은 일본은 물론,그밖의아시아국가들도 최근 급속히 신장하고 있다.그 대표적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일본이 지난해 18.7% 판매증가에 그친데 비해 한국은 70%이상 급신장을 보이고 있다.이와는 대조적으로 같은기간 대미(對美)수출은 3.1%,프랑스 국내판매는 1.4% 줄었다.프랑스 고급패션업계가 한국시장을 새로운 엘도라도로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 경제는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다.수출에 비상이 걸리고 주가는 곤두박질치며 노사문제도 심상치 않다.그런데도 사람들의 씀새는 흥청망청 외제 사치품 소비대국이 되고 있다.정말 이래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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