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그곳에 다녀오면 공부할 맛이 난다" 최성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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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여행칼럼니스트 최성민(崔星民.54)씨의 『그곳에 다녀오면 공부할 맛이 난다』(대원사.전3권.사진)는 어린이를 위한 책이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유홍준 지음) 비슷하게 우리 땅과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훈훈하게 일깨운다.
다른 점은 문화유산 대신 토종 동.식물(1권)과 옛 정서가 살아있는 마을들(2권),그리고 육지와는 다른 풍광과 사람이 있는 섬들(3권)을 찾아나선 것.학부모가 함께 읽으면 더욱 좋다. 사실 우리 것을 잃어버리기 시작한 세대는 지금의 아이들보다「잘 살아보기」 위해 정신없이 달려온 부모들이니까.하지만 주요대상은 역시 초등학생들.
『서울 아이들은 호박 접붙이기를 할 줄도 모르고 암탉이 병아리를 품고 다니면서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도 알지 못한다.
이 책은 어린이들을 자연으로 인도하여 그런 놀랍고 즐거운 사실을 보여주고 거기에서 오는 궁금증을 함께 생각하고 풀어보는 데 목적이 있다.』 저자의 뜻대로 초점은 우리 땅에 얽힌 얘기들을 단순하게 나열하지 않고 그것을 통해 아이들의 사고력과 논리력을 높이는 쪽으로 모아진다.
그래서 부제도 「자연 속의 논리 학습 만나러 가기」로 달았다.특히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듯 부드러운 어투와 명료한 문장 구조가 인상적이다.
그가 직접 찍은 현장사진도 글읽는 지루함을 덜어준다.그곳을 찾아가는 교통편도 간략하게 수록했다.
첫머리에 등장하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경북 영덕의 대게 이야기는 속담에서 시작한다.타고난 성질은 어쩔 수 없다는 뜻의 「게는 나면서부터 집는다」,어줍잖아도 제 할일을 다 한다는 뜻의 「게는 옆으로 가도 갈 데는 다 간다」는 등.
대게의 「대」는 대나무처럼 생긴 다리모양에서 비롯됐다.
영덕게의 원산지는 영덕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의 강구항.단지 강구보다 유명한 영덕의 이름을 편의상 따왔다.
이어 활력이 넘치는 항구 정경사진을 넣어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의 특성은 「이것이 알고 싶어요」 문답풀이에 잘 드러난다.맛있는 영덕게를 우리가 먹지 않고 수출하는 이유를 외환보유를 중심으로 나라간 무역관계를 자상하게 설명한다.국토 기행을 통해 사회현상에도 눈을 돌리게 한다는 취지.
이런 식으로 崔씨는 철새 도래지 충남 서산 간척지에서는 철새들의 생태,종달이 노래가 가득한 전남 구례 밀밭에서는 우루과이라운드(UR)에 따른 농산물 수입의 공과를 생각한다.
이밖에 전북 완주의 동상 곶감,강원도 횡성의 토종농장,광주 청옥동 무등산 수박,전남 화순.나주의 목화밭이 줄줄이 소개된다. 2권은 경기 이천의 도자기,전북 김제의 구릿골 약방,전북 부안의 개암사 죽염,강원 삼척의 너와집 등을 소개하고,3권은 일제시대 농민항쟁의 불꽃이 타오른 전남신안군 암태도,쪽빛처럼 아름다운 경북울릉군 독도,가마우지의 낙원 충남태안군 정족도 등을 순례한다.2,3권은 이번주 출간된다.
『그곳에…』는 햄버거와 피자를 즐기며 텔레비전과 컴퓨터 전자오락에 푹 빠진 오늘날의 도시 아이들에게 자연과 호흡하며 사고의 폭을 넓히는 지혜를 선물하고 있다.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언론사 기자를 거친 崔씨는 현재 우리 국토를 소재로 다양한책을 펴내고 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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