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제부터다>8.프로진출 '좁은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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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한국에도 「축구」가 있는가.』 한국이 2002월드컵에 대한욕심을 입밖에 내기 시작한 4~5년전,유럽이나 남미의 일부 축구관계자.축구기자들은 뜻밖의 반문으로 「아시아 축구호랑이」의 자존심을 건드리곤 했다.
그러나 이같은 망발(?)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1년내내 프로축구 열풍속에 파묻혀 지내면서 「축구=프로」 등식에 굳어버린 그들에게 한국이 프로축구(당시 6개팀)에 관한 뉴스를 전혀공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들에겐 한국의 세차례 (54스위스.
86멕시코.90이탈리아)월드컵본선 진출 또한 「축구」보다는 「만만한 이웃들」덕으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어쨌든 한국은 그사이 월드컵 본선무대에 한차례 더 출전(94미국)했고 「공동」딱지가 붙기는 했지만 2002월드컵 개최권까지 확보해놓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한국의 프로축구(K리그)는 9개팀으로 늘어나고 최근 아시아.아프리카 통합클럽챔피언(천안일화천마)을 배출했음에도 AP.로이터등 세계적 언론들이 10개팀도 안되는 프로는 프로가 아니라며 취급하지도 않아 「외부의 주목」을 못받고 있다.
반면 한국(83년5월)보다 10년늦게 출범했지만 「취재받을 자격」을 갖춘 일본의 J리그(14개팀)는 매게임 결과가 그날그날 지구촌에 전파되면서 일본축구와 일본을 알리는데 한몫 단단히거들고 있다.
실제로 독일(1부 18개팀).이탈리아(1부 18개팀).잉글랜드(1부 22개팀)등 축구선진국들은 하나같이 1부리그에만 20개안팎의 팀들을 거느릴 뿐아니라 그보다 훨씬 많은 2부.3부팀들을 보유하고 있다.
가뜩이나 축구저변이 허약한 한국에서 축구실업자들이 양산되는 기현상이 빚어진 원인도 옹색한 K리그에 있다.
올해 현재 46개 대학팀에 소속된 선수는 1천3백여명.그중 4분의1정도가 매년 대학문을 나서지만 프로진출의 문이 좁아 아마팀(실업 14개팀)으로 발길을 돌리거나 아예 포기하는 선수가2백명을 넘고 이는 중.고교 축구꿈나무들의 사기 저하를 부추기는등 악순환이 계속돼왔다.프로팀의 증설이 이제 남의 얘기만은 아닌 것이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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