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귀순 정갑렬.장해성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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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 과학자 정갑렬(鄭甲烈.45)씨와 방송작가 장해성(張海星.51)씨는 7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상류층 출신의 귀순이 늘어나는 것은 체제모순의 심화 때문이며 북한은 틀림없이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과학기술정책은 어떠한가.
▶鄭=김일성(金日成)이 85년께 『과학자들은 금방석에 앉혀도아깝지 않다』면서 과학자에 대한 우대를 강조했고 김정일(金正日)도 88년 『제네바 국제발명전람회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린과학자들에게 연도환영,고급승용차 지급 등의 특 급대우를 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
김정일은 지난 1월2일 국가과학원 전자과학부문을 현지 지도하는 등 침체된 과학분야를 활성화하려 애쓰고 있다.
-최근 북한 상류층의 귀순이 늘고 있는데 이유는.
▶鄭=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한 김일성과 김정일의 허튼 소리가 반세기동안 지속됐다.이제는 북한 주민들도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인해 북한체제가 반인민적이며 뭔가 잘못돼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가고 있다.일반주민들도 그럴진대 남한사정과 북한실 정을 잘 아는 상류층의 귀순이 늘어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현상이다.
-과학자들이 발명한 기기 등의 실용화 현황은.
▶鄭=과학자가 기기를 발명하면 TV를 통해 대대적으로 선전하지만 상품화되지는 못한다.실용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북조선이 전쟁준비에 모든 인적.물적자원을 투입해 민간계통에서는 자금 및 장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승리 58 자 동차의 경우도 새 모델이 개발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또 최근에는 과학자들도 외화벌이를 해야한다고 압력을 가해 불만이 엄청나다. -북송 교포 출신으로서의 생활 및 통제 상황은.
▶鄭=나는 지난 59년 제1차 북송때 처음 북으로 갔다.아버지가 당시 조총련 일을 맡고 있어 우리 가족 7명이 본보기로 제일 먼저 귀국했다.북송교포는 정치.경제적으로 차별대우가 심했으며,처음에는 군복무도 불가능했다.70년대 이후 일본에 있는 교포들이 북한을 방문해 가족들의 생활을 보고난 뒤에 일부 개선됐지만 일본에서 돈을 보내줄 사람이 없는 사람은 원주민보다도 궁핍한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북한 붕괴시기와 반체제 움직임은.
▶張=북한은 틀림없이 붕괴된다.상층부와 인민들간의 모순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체제를 이끌어온 주체사상에 대해서도 인민들이 환멸을 느끼고 있다.그동안 주체사상을 믿어왔지만 지금까지 나아진 것은 없고 인민경제는 파탄에 이르렀다.반체제 움직임도 여기저기있다. 고위 군관을 국가보위부에 보냈다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으며,6군단과 7군단을 대대적으로 교체하는 것 등도 반체제 움직임 때문이라는 소문이 많다.
-북한 인민들의 생활상은.
▶張=중국으로 가는 열차는 식량을 구하러 나오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다.이 열차를 타기 위해 유리창을 깨 들어가기도 하고 변소칸 조차도 꽉 차 있는 경우가 많다.쌀배낭 위에 앉아 있으면서 나 자신에 대한 모멸감이 느껴졌다.
-김정일의 출생지는.
▶張=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을 찬양하는 고정 연속드라마를 위해취재를 하던 도중 김정일의 출생지에 대한 의문을 품었으며 김정일이 백두산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 소련의 하바로프스크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확인했다.이러한 행동이 국가보위부에 적발돼 남한으로의 귀순을 결심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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