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배꼽 성형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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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가 파티에 가기 위해 고통스럽게 드레스를 입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스칼렛은 흑인 하녀의 도움을 받아가며 코르셋으로 허리를 졸라맨다.대신 어깨와 가슴은 조금이라도 더 드러내기 위 해 애쓴다.
그날 파티장에서 스칼렛은 남성들로부터 가장 주목받는 여성이었다. 18세기 프랑스 귀족여성들에게 옷은 초인적 인내심을 요구했다.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육체적 고통을 참아내야 했다.당시 유행한 옷들을 보면 이런 옷들을 입고 어떻게 지냈을까 하는 의문과 감탄을 갖게 된다.
패션은 사회적 산물이다.패션은 상징이자 기호(記號)며,그 속엔 개인과 사회 사이의 모순과 대립이 숨어 있다.의(衣)생활에서 자기를 주장하고 변화를 추구하려는 개인에 대해 사회는 관습에 순응하도록 요구하며 일탈(逸脫)을 막기 위해 애쓴다.하지만개인은 이에 반항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자 한다.이것이새로운 패션의 싹이다.이것이 한 스타일로 인정받고 여러 사람이동조.모방.확대하는 결합화(結合化)가 이뤄졌을 때 하나의 패션으로 정착한다.독일 사회학자 게 오르크 지멜이 지적한 「고립화와 동조화」의 개념이 이것이다.패션이 갖는 사회심리학적 측면이다. 패션의 발생에는 사회적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계급.신분개념이 느슨해진 현대사회에선 새로운 패션을 비교적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됐다.특히 경제적 여유가 이같은 경향을 촉진했다.
생명유지를 위한 최저조건이 충족되고 일상생활이 안정을 이룬 단계에서 사람들은 패션에 빠져들었다.
모든 패션은 발생→전파 및 확대→정점(頂點)→쇠퇴→소멸의 과정을 거친다.패션은 극도로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현상이기 때문에발생으로부터 소멸까지를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패션 사이클이 점차 짧아져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2,3년전부터 불기 시작한 미드리프,요즘 유행하는 말로 「배꼽티」 열풍이 올여름엔 더욱 성할 조짐이다.배꼽고리가 등장하더니 이제 배꼽을 예쁘게 하는 성형수술까지 등장했다.신세대들의 과감한 자기 표현엔 손을 들 수밖에 없다+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적지 않은 수술비용,그리고 배를 드러내놓고 다니다가 건강에 해를 입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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