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홈뉴패밀리>28.중산층도 부업전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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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수원에 사는 중년주부 박소원(48)씨는 수원 소재 D건설 구내식당에서 시간제로 주방일을 한다.한달에 받는 급여는 40만원에서 45만원선.
그의 집은 수원시내 48평짜리 아파트로 전세집 아닌 남편 소유다.2남1녀는 모두 대학에 다니고 있으며 남편의 직장도 탄탄한 편이다.박씨가 남부러울 것 없는 집안 형편에도 불구하고 궂은 일에 속하는 식당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자신의 여행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것.
『친구들과 가을에 유럽 일주여행을 하기로 했거든요.2주일동안한 3백만원 예산을 하고 있는데 이 돈을 내가 직접 벌어보는 것도 의미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앞으로도 1년에 한 두번은 해외여행을 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일의 내용을 가리지 않는 아르바이트 역시 계속할 작정이다.
운전 경력 15년의 주부 최경자(45.강남구대치동)씨는 요즘삐삐와 핸드폰을 구입했다.1년전 친구를 가르치다 우연히 시작한운전연수 교습에 주부 수강생이 몰려 부쩍 바빠졌기 때문.
『남자 선생들보다 편안하고 여성들의 심리를 잘 알고 가르쳐주기 때문인지 계속 배우겠다는 사람이 몰리네요.번 돈은 모두 은행에 넣고 있는데 어느 정도 모이면 외식산업 강습을 들으면서 사업 구상을 해보려고 합니다.』 분당의 새로 생긴 백화점에서 의류판매원으로 일하는 한경혜(45)씨,정식놀이방은 아니지만 이웃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을 낮동안 돌봐주며 짭짤한 수입을 올리는 강미숙(39)씨 등도 같은 사례.
이렇듯 전업주부들이 무언가 「돈이 되는 일」이라면 일의 내용을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40대 이후 중년 주부들이 자아실현보다 여가생활 비용마련 등에 목적을 둔다면 30대 젊은 층은 자신의 취향이나 전공 등을 살릴 수 있는쪽을 선호하는 경향이다.
대학시절 CF모델로 활동할 정도로 뛰어난 몸매였던 주부 김은정(33.성동구구의동)씨는 아이 둘을 낳고 무려 15㎏이 늘어났다.우울증에 시달리던 김씨는 어느날 독한 마음을 먹고 헬스클럽에 등록,다섯달만에 처녀 시절의 체중을 되찾는데 성공했다.
『최근 주부모델로 CF를 두편 찍었어요.미혼시절의 경험이 프리미엄이 돼 치열한 경쟁에서 유리한 점수를 받은 것같아요.』 주변의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가정의 부인들이 자신의 학력이나가정형편과 동떨어진 일에 기꺼이 뛰어드는 경우를 흔하게 본다는주부 박소현(36.강남구압구정동)씨는 『수입의 많고 적음과는 상관없이 사회적인 소속감,나도 무언가 생산적 인 일에 기여한다는 만족감이 절실하기 때문』으로 이같은 현상을 분석한다.
정신신경과 전문의 주문희씨는 『의식주 등 기본생활이 일단 안정되면 그다음엔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게 당연한 순서』라면서도『남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는 것은 좋지 않다』고 지적한다.
성취욕구는 반드시 돈을 버는 일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신앙생활이나 봉사활동.평생교육원 공부 등 중간단계의 준비작업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그는 조언한다.
이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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