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갈증 못 풀었지만 … 39번째 완주 대단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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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달이’ 이봉주가 베이징 올림픽 폐막일인 24일 오전 열린 남자 마라톤에서 2시간17분56초의 기록으로 28위로 골인한 뒤 머리에 물을 적시고 있다. 이봉주는 이날까지 마라톤 풀코스를 39번 완주했다. [베이징=연합뉴스]

“뭔가 채워지지 않는, 그런 것이 있었어요.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갈증이라고 할 수 있겠죠. 올림픽 금메달과 은메달의 차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그때 금메달을 땄으면 일찍 접었을 수도 있어요. 그때 은메달이 지금까지 뛸 수 있는 자극제가 되지 않았을까요.”

베이징 올림픽 개막 100일을 앞두고 이봉주(38·삼성전자)는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까지 뛰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갈증은 채워지지 않았다. 그의 마지막 올림픽 성적은 28위(2시간17분56초). ‘국민 마라토너’라는 명예를 지키기 위해 생애 39번째 풀코스 레이스를 이를 악물고 뛰었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지와 끈기로 레이스를 펼쳤으나 세월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했다.

‘올림픽은 기록이 아닌 순위 경쟁’이라는 예측을 비웃듯 초반부터 속도전을 펼친 아프리카의 철각을 견제하려다 이봉주는 페이스를 잃으면서 뒤로 처졌다. 10㎞ 지점에서 후위 그룹에 잠깐 모습이 비쳤을 뿐 TV 중계 카메라에서 사라졌다. 30㎞까지 40위권에 머물다 35㎞ 지점에서 33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막판에 스퍼트해 20위권대에 들어왔다. 세계기록(2시간4분26초)에는 한참 뒤졌고, 2000년 도쿄 마라톤에서 자신이 세운 한국기록(2시간7분20초)보다도 10분 이상 모자랐다.

레이스를 마친 뒤 이봉주는 “6일 다롄(大連)에 도착한 뒤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어제도 수면제를 먹고 잤다”며 심적 부담이 많았음을 고백했다. 그는 “코스는 크게 문제될 게 없었는데 초반 선두권과 거리가 벌어져 이를 만회하려다 보니 무리가 왔다. 체력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인환 삼성전자 마라톤 감독은 “올림픽을 대비해 체력 훈련은 많이 했는데 스피드 싸움에서 밀렸다”며 “(이)봉주가 원래 큰 게임이 있을 때 잠을 못 자곤 했는데 이번에도 부담감 때문에 그런 것 같다. 30대 초반에 비해 체력 회복이 늦을 수밖에 없었고 그게 피로 누적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앞으로의 거취와 관련해 이봉주는 “한국에 돌아간 뒤 오 감독과 논의해 계획을 세우겠다”고 대답했다.

1990년 전국체전에서 처음 마라톤에 도전한 이봉주는 39차례나 풀코스를 완주했다. 그처럼 많이 뛴 선수는 세계적으로도 찾기 어렵다.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황영조(현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가 조기 은퇴한 뒤 18년간 외롭게 한국 마라톤을 지탱해 온 그다.

아시안게임 2연패(1998, 2002년), 보스턴 마라톤 우승(2001년), 한국최고기록 수립(2000년) 등 18년간 쌓아온 숱한 기록과 함께 한국 마라톤의 전설로 남게 됐다.

베이징=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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