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 불똥, 저축은행으로 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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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건설경기 침체가 저축은행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건설 관련 대출의 연체율이 크게 높아지면서 저축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나빠지고 있다. 금융계에선 저축은행발 금융불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106개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은 14.3%로 1년 전에 비해 2.9%포인트나 상승했다. 전체 연체율(14%)의 상승폭이 0.3%포인트인 것에 비하면 PF 대출이 빠른 속도로 부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저축은행들의 PF 대출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규모도 지난해 말 8300억원에서 1조1000억원으로 3800억원 늘어났다. 이는 전체 저축은행 PF 대출(12조2100억원)의 9%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워크아웃은 3개월 이상 연체한 PF 대출에 대해 저축은행이 ^2개월까지 채권행사 연장 ^이자의 유예 또는 면제 ^신규 자금지원 등의 지원을 하는 것이다. 워크아웃 규모가 크게 늘었다는 건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움에 처한 업체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수도권·지방 가릴 것 없이 건설경기는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수도권 1만7000가구를 포함해 12만8000가구에 달했다.

이미 다 지어놓은 아파트에 돈이 묶이면서 건설업체의 부도도 크게 늘고 있다. 올 들어 7월까지 부도가 난 건설사는 215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141개)에 비해 53% 늘었다. 금융연구원 정찬우 선임연구위원은 “저축은행이 확보한 부동산 담보의 상당 부분은 경기에 따라 가격변화가 매우 심한 상업용 부동산”이라며 “건설경기 침체가 내년까지 지속되면 담보 대출이라 하더라도 부실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양성용 부원장보는 “저축은행들이 PF 대출 규모를 줄이고 있는 데다 담보를 많이 잡고 있기 때문에 부실에 따른 위험은 우려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PF 대출에서 구멍이 생기고, 주식시장 침체로 유가증권 투자 이익까지 줄면서 저축은행의 순이익은 1년 전에 비해 30.3% 줄었다. 반면 금리 인상으로 예금이 늘면서 자산 규모는 20.7% 늘었다. 덩치는 커졌는데 체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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