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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보이’ 만든 텃밭은 학교 체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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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태환 선수가 베이징 올림픽 수영 자유형 4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는 장한 모습을 보며 온 국민은 환호했다. 1992년 8월 9일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지막 날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에서 우승했을 당시와 똑같은 엄청난 감동이었다. 동양인으로는 72년 만에 이룩한 쾌거라고 한다. 전용 수영장도 변변치 못한 척박한 우리 체육계 현실에서 선수 자신의 피눈물 나는 노력과 지도자들의 집념 어린 열정이 이루어낸 결실이기에 더욱 값지다.

세계적인 수영스타 박태환 선수는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그것은 교육의 힘이다. 한국은 88 서울 올림픽 이후 스포츠 강국으로 부상하였다. 서울 올림픽의 성공은 학교 스포츠가 기초가 되었다는 걸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모든 올림픽 출전 선수의 텃밭이 학교 체육인 것이다.

각 시·도 교육청은 소년체전을 대비하기 위해 우수 선수의 발굴 육성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98년 11월 14일 신인 선수 발굴을 목적으로 창설한 제1회 서울시교육감기 수영대회도 그런 노력의 하나다. 당시 도성초등학교 3학년 박태환 학생이 비등록 선수로 이 대회에 참가한 것이 수영 인생의 출발이 됐다. 이처럼 신인 선수 발굴은 대부분 시·도 교육청과 일선 학교 교장과 지도교사의 헌신적인 노고로 이루어져 왔다고 할 수 있다. 온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우생순’ 핸드볼 선수들도 역시 일선 학교 교사들이 발굴·육성한 것이다.

학교체육은 국민체육의 근간이다. 앞으로 정부가 기본 종목인 육상, 수영, 체조 육성은 물론이고 비인기 종목에도 전폭적인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현재 교육과학기술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는 학교체육 전담부서가 없는 형편이다. 국민체육의 뿌리인 학교체육이 정부의 정책 부재와 예산 부족으로 급격히 위축되면서 몰락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스포츠도 국제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진흥되어야 한다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의 체육진흥정책도 장기적 안목에 입각해 보다 강력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황수연 학교체육진흥연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