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폰’도 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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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12일 서울 용산상가의 휴대전화 매장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여전히 ‘무료’ ‘최저가’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달랐다. 대표적인 ‘버스폰’이던 삼성전자의 V840이나 LG전자의 와인폰도 10만원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탈 수 있는 버스처럼 버스요금으로 살 수 있다는 뜻에서 붙여진 별명으로 ‘천원폰’이라고도 불린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별다른 추가요금 없이 3~6개월 사용하는 조건이 많았다.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단말기 1000원에 드립니다’는 광고판을 내걸고 있는 한 점포에 들어가 와인폰 조건을 묻자 점원은 “1000원은 월 기본료 3만5000원 이상인 요금제를 선택했을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최신폰 무료’라고 써붙인 다른 점포에서 삼성전자 햅틱폰을 알아봤다. 직원은 “처음 내는 돈은 1000원이 맞지만 24개월간 매달 5만6000원의 기본료와 할부금을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4개월 약정으로만 가입하려면 40만원이 넘는 단말기 가격을 부담해야 한다. 점원은 “가격이 올라 손님 발길이 줄었지만 이동통신사에서 주는 보조금이 줄었기 때문에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이통사들은 지난달 말부터 보조금을 줄였다. KTF가 약정 보조금을 8만원까지 줄인 데 이어 SK텔레콤과 LG텔레콤도 1만~4만원 줄였다.

이통사들의 보조금 규모가 줄어들면서 신규 가입자도 줄고 있다. 지난달 신규 가입자 수는 171만2000명으로 전월(216만2000명)보다 20% 이상 감소했다. 6월 4.7%이던 해지율도 3.7%로 낮아졌다.

그만큼 휴대전화를 새로 사는 경우가 줄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영주 KTF 사장은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이제 보조금을 더 안 쓰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경쟁사들도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암묵적으로 이에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최근 영업정지에서 풀린 하나로텔레콤이 결합상품 판매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시장을 뒤흔들면 저가 단말기 전쟁이 재연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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