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24시간 영업制 유례없는 호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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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미국의 24시간 영업제가 날로 확산되는 추세다.특히 뉴욕에서는 유례 없는 호황이라고 독일 경제주간지 비르트샤프츠보헤가 최신호에서 전하고 있다.
뉴욕의 명물 소호거리를 거닐다 보면 아예 출입문이 없는 상점들이 자주 눈에 띈다.규모가 작아서가 아니다.일년 내내 24시간 문을 열어 놓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라서다.
뿐만 아니라 24시간 영업은 이제 식당.공공기관.레저시설 등다른 서비스분야로도 꾸준히 뿌리를 내려 가고 있다.
덕분에 새벽에 우편물을 부치려는 고객들로 뉴욕 8번가 심야우체국이 북적거린다.또 오후 11시에 맨해튼의 책방을 찾는 사람들의 행렬이 진풍경을 이룬다.뉴욕 일대에서는 골프.테니스 등 야간스포츠를 호젓하고 값싸게 즐기려는 풍조가 오래 전부터 자리잡아 왔다.
심야영업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전화를 통한 24시간 영업도 함께 번창하고 있다.유명 투자회사인 피델러티사와 레저알선회사인 LL빈에는 자정부터 새벽녘까지 끊임없이 전화벨이 울려댄다.투자주문을 내거나 상품 카탈로그를 원하는 고 객들에게 이제 심야는 잠만 자는 시간이 아니다.24시간 영업은 생활양식마저 바꾸고 있다.심야에 돈이 급히 필요한 경우 뉴욕시민들은 「유니크 엔틱스」라는 24시간 전당포에 달려 간다.교통체증에 넌더리가 난 사람들은 심야이삿짐센터를 찾 고 있다.또 깜빡 잊고잠자리에 든 남편이 새벽녘에 결혼기념일을 생각해 냈다면 토라진아내의 기분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이 있다.24시간 대기중인 꽃바구니.축전배달 서비스에 전화를 걸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처럼 24시간 영업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에 대해 메릴랜드대학의 한 교수는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생활을 원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며 『24시간 영업붐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야간생활자의 증가추세에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하버드대 의대의 한 교수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피로로 인한 사고 때문에 연간 약 8백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입고있다』며 『(생활리듬이 깨져) 몸이 피로해지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게 마련』이라고 경고한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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