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기업으로 번지는 “에너지 절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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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전기 코드를 뽑겠습니다. 수돗물 세게 틀지 않겠습니다.…”

지난 19일 청도군 화양읍 남성현초등학교 강당에서는 방학 중 에너지를 절약하겠다는 다짐대회가 열렸다. 이 행사에는 전교생 42명과 병설 유치원 원아 13명, 교직원·학부모 등 100여 명이 모였다. 어린이들은 중앙일보가 보도한 ‘에너지 절약, 나부터’의 내용을 방학 중 실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1주일에 한 번 이상 ‘에너지 절약 일기’를 쓰고, 학교 측이 지급한 ‘에너지 절약 실천 카드’에 실천 내용을 기록한다. 이 학교의 김응삼 교장은 “개학 후 우수사례를 발굴해 시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시작된 에너지 절약운동이 가정과 학교·기업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생활화하는 에너지 절약운동=남성현초교의 김재희(11·5년)양은 요즘 틈만 나면 집안을 점검한다. 선풍기 등 사용하지 않는 전기제품의 코드를 뽑고, 비누칠을 할 때면 수도꼭지를 잠근다. 김양의 아버지 김주석(37)씨는 “재희가 워낙 꼼꼼하게 챙기는 바람에 에너지 줄이기에 부쩍 신경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대구시 신천동의 우방푸른타운 아파트와 대구녹색소비자연대는 다음달 초 아파트 복도·지하주차장의 전등 720개를 사람이 없으면 꺼지는 자동점멸등으로 교체한다.

이를 설치하면 한 달 평균 150여 만원 드는 전기요금을 50% 이상 줄일 수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안재홍(36) 사무국장은 “설치비가 1000만원 정도 들지만 1년 남짓이면 투자비를 뽑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건물 내 전등을 고효율 조명등으로 교체하고 계단에는 사람이 있을 때만 켜지는 자동점멸등으로 바꿨다. 지하주차장의 경우 많이 어둡지 않은 곳의 전등은 켜지 않는다. 이 같은 노력으로 지난해 6월 한 달간 6245만5000원이었던 전기료가 지난달에는 5498만8000원으로 12% 줄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이 이달 들어 자율적으로 시작한 차량 2부제도 자리를 잡았다. 직원 1800여 명이 차량 2부제에 동참하면서 항상 붐비던 주차장(전체 830면) 곳곳에 빈자리가 생겼다.

구미지역 노래연습장은 지역별로 나눠 매월 하루 휴무하기로 했다. 유종태 구미시연습장협회 회장은 “지금까지 연중무휴로 영업을 했지만 이달부터 돌아가면서 쉬기로 했다”며 “등록 노래연습장 396개 중 80% 이상이 동참한다”고 밝혔다.

◇야근 줄이기도=대구시교육청은 매주 금요일을 ‘가족의 날’로 정해 직원들이 야근을 하지 않고 정시에 퇴근한다. 대구 서구는 매주 화·금요일을 ‘야근 없는 날’로 지정했다. 대구시는 오전 중 집중적으로 업무를 처리해 잔무가 생기지 않도록하고 야근은 오후 9시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대구 중구는 야근이 잦은 부서에 3대씩 전기 스탠드를 지급해 사용하고 있다.

부서(계) 단위로 천장에 설치된 전등이 10개가 넘어 야근자가 실내등을 모두 끈 뒤 스탠드를 켜 전력 사용량을 줄이도록 하고 있다.

홍권삼·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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