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정보화시대를 사는 지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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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는 지금 모래(砂)기술시대에 살고 있다.
모래를 녹여 아모르포스(無定形)조직의 유리를 만들기도 하고,반대로 단결정 웨이퍼로 반도체도 만든다.
반도체는 정보통신혁명의 중핵(中核)이다.
정보혁명은 가치관과 생활양식을 획기적으로 바꾸며 경제에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친다.
컴퓨터.인터네트.디지털등 정보통신과 관련된 신과학기술용어들은모두 반도체,즉 모래에서 출발한다.
그야말로 실리커나이제이션(Siliconization)시대다.
실리커나이제이션의 특징은 세대교체가 나이에 의해서가 아니라 의식의 차이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고교 1년생이 컴퓨터 안에서 정년퇴직한 중년신사를 만나고 초등학교 어린이들과도 대화를 나눈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이런 세대차를 무시한 동아리활동이 이뤄진다. 나이만을 기준으로 상대를 평가하는 것은 폭력이 될 수도있다. 전국의 노동조합이 PC통신으로 단단히 연대할 수 있는 시대다. 그런가 하면 계층파괴도 쉽게 일어난다.
말단 공무원이라 해도 컴퓨터를 통해 장관과 직접 연결될 수 있다. 권력의 정상에 있는 대통령도 컴퓨터 사용자번호(ID)를갖는 순간 누구나 컴퓨터로 접근이 가능해진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KYSAM,0303」이란 ID를 갖고 컴퓨터통신을 하고 장관이나 비서관들의 결재서류에 전자결재를한다면 어떨까.
판에 박은 신년기자회견에 식상한 국민은 어떤 반응일까.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는 「정보고속도로」로 상징되는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에 성공했고 그것이 정보통신 강국으로서의 미국의 이미지를 높이고 실제로도 경제를 북돋워주고 있다.
이를 배워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일본 총리가 인터네트로관저문을 열어놨다.
실리커나이제이션시대 또하나의 특징은 추상(抽象)으로부터의 탈피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등의 추상은 버추얼 리얼리티(가상현실).사이버 스페이스(가상공간)에서 만나는 명확한 수치나 그림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이 시대는 멀티미디어로 상징되듯 잘하면 융합의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소외만 한껏 부추길 수 있어 적응을 위한 새로운 지혜가 필요하다.
곽재원 정보통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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