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PC통신토론방>신입생 환영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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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오늘의 주제는 「신입생 환영회」입니다.
강윤선:저는 태어나 처음으로 신입생 환영회에서 술을 마셔보았어요.학교 앞 민속주점으로 오라는 선배의 전화를 받고 처음엔 두려웠어요.허름한 술집에서 번데기를 안주로 막걸리를 마시던 기억이 나요.
송재훈:저에게 기억되는 것은 하루 종일 이야기만 듣고 앉아 있다가 밤에는 술독에 빠져 다음 날 몹시 괴로워했다는 것 뿐입니다.신입생 환영회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술입니다. 조혜경:국민학교 때의 신입생 환영회가 기억납니다.신입생들이 현관에 쭉 줄지어 서고,다른 학년 언니들이 계단 줄에 틈틈이 서서 신입생 후배들에게 환영인사를 했어요.이 환영회 자리에서 선배와 일종의 자매결연 같은 것을 맺는 규범이 있 었어요.그 때 맺어진 선배와는 졸업할 때까지 친하게 지냅니다.
김상우:입시 부담이 크던 고등학교 때,천체를 관측하는 한국우주소년단이라는 서클의 첫 환영회는 선배들의 갖가지 기합으로 시작되었습니다.입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거나 혹은 선배들의 권위를확인하기 위한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또 하나,S F소설 동호회에서의 신입생 환영회도 기억나는데요.그 환영회는 결코 강압적이지 않았어요.대학생들이 주최한 자유토론 형식의 모임이었어요.신입생 환영회는 그처럼 그 모임이 현재 처하고 있는 사회적 상황을 잘 반영한다고 생각됩니다.
조:물론이지요.제가 겪은 대학 합창단 신입생 환영회도 시대의흐름에 따라서 변하더군요.제가 신입생일 때에는 선배들의 지시에무조건 따르는 분위기였는데,제가 선배가 되고 보니 새로 들어오는 신입생들은 선배들의 지시를 거부하기까지 했 습니다.신입생들의 사고방식이 변화한 것이지요.집단에의 소속감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주의 사고방식이 확산된 결과겠지요.
홍상희:교수님.선배들과 함께하는 저희 학교의 신입생 환영회는여자대학으로서의 특징을 보입니다.2박3일 동안 수련회 형식으로진행하는 환영회는 사실상 교수.선배,그리고 동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그러나 진 솔한 대화보다는점차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환영회가 조금은 아쉽습니다.선배들의 대학생활 경험을 듣고 자신의 꿈을 검증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살려나가야 할 것입니다.천편일률적으로 술 마시기 모임이 되고 있는 분위기로 해서 본래적 의 의가 퇴색돼 가는 느낌입니다. 송:물론 무조건적인 기합은 반대합니다만 위협적인 분위기가 필요할 때도 있지 않을까요.구태여 군기라는 표현을 쓰지 않아도,선배들이 장난을 섞어 신입생들을 윽박지르는 일은 때로 선후배사이를 부드럽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김:분명히 서로의 인격을 존중해주는 분위기로 가야 합니다.한번의 폭력은 또 새로운 폭력의 고리가 됩니다.끊어버릴 수 없는인습의 고리가 되는 셈이지요.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서로의 입장을 정확히 반영합니다.폭력적인 분위기로 좋아지는 관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구인회:저는 신입생 환영회가 대부분 의식화 교육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서 참가하지 않았습니다.아직 세계관이 확립되지않은 신입생들에게 주입식의 의식화 교육보다는 유연한 사고체계를확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더 확실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홍:학교 방송국 신입 기자의 경우 6개월의 수습기간을 마치고 정식 국원으로 받아들이는 의식이 있습니다.그 의식의 절정은선배가 사발에 술을 따라 주는 것으로 이뤄지는데,그 상황은 단지 후배에게 술을 강요하는 이미지보다는 오랫동안 함께 헤쳐나가야 할 일들에 대한 공동체적 다짐이 되지요.또 팀의 결속력을 높여주기도 하고 또 오랫동안 선후배 관계를 지속시켜주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강:신입생 환영회는 새로운 사회에의 효과적인 적응,즉 새로운세계 안에서의 자아형성을 돕기 위해 이뤄져야 하겠지요.대학 사회와 호흡하고 참된 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홍:새로운 세계에 기대가 큰 신입생들의 모든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야 없겠지만 신입생 환영회는 영향력이 큰 만큼 형식적인 것들만 반복하는 차원을 넘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로 자리매김될 수 있도록 선배와 교수가 함께 고민 하고 준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고맙습니다.
▶강윤선(greentea:가톨릭대 회계학과4년) ▶구인회(simva:한양대 경영학과3년) ▶김상우(starcom:홍익대 컴퓨터공학부1년) ▶송재훈(aaron:순천향대 전산과2년) ▶조혜경(charme:나우누리 통신작가) ▶홍상희(redeem:이화여대사회복지학과3년) ◇진행.정리:고규홍(sky60:중앙일보 편집국독자팀 기자) ◇접속망:나우누리 중앙일보 대화방(goJA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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