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에 부동산 PF 연체 급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 연체율이 크게 올라가면서 금융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떠올랐다. 건설 경기 침체로 PF 사업이 곳곳에서 고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PF 대출은 금융회사들이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면 시중 금리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분양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자가 대출 이자를 갚기 어렵게 되고, 이는 금융회사의 부실로 이어진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2006년 말 50조3000억원에서 3월 말 73조원으로 불어났다. 은행이 43조9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저축은행 12조4000억원, 보험사 5조원 등이다. 이 중 저축은행들이 빌려준 PF 대출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11.6%에서 올 5월 말 16%로 뛰었다. 은행의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44%에서 올 3월 말 0.82%로 상승했다.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아파트나 상가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PF 대출을 받은 사업자들이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 상태가 이어지면 하반기에도 연체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금리 상승→부동산 시장 경색→PF 대출 연체율 상승→금융회사 부실이라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물가 상승을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럴 경우 업체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늘어난다”며 “신규 PF 대출을 줄이고 금리 인상은 부동산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PF 대출의 부실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권이 자율 협약을 통해 어려운 건설업체를 지원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대출 심사도 전보다 철저하게 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