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도 깜짝 놀란 ‘전력 사용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6248만㎾ 전력 사용으로 하루 전력 사용량 최고치를 경신한 9일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거래소 중앙공급소 직원들이 전력 수급 상황 그래프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은 지금 전력과의 전쟁 중이다.

9일 오후 3시쯤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전력수급처 소속의 신상환 과장은 전력 사용량 계기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6248만㎾나 된 것이다. 지난해 8월 21일 기록한 사상 최대 전력 사용량(6228만㎾)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는 “예년보다 한 달이나 일찍 전력 사용량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워 비상근무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의 전력 사용량을 긴급 점검했다. 다행히 10일에는 전력 사용량이 조금 줄었지만 마음 놓을 수 없다. 통상 전력 사용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는 8월 중순이다. 올해는 7월에 장마 대신 폭염이 오면서 일찌감치 전력 사용량이 치솟은 것이다. 한전은 이번 여름에 9일의 최고치 기록이 깨지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한전 송귀남 실장은 “7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전력 수급 비상상황실을 운영하면서 24시간 비상체제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전력 수급 이상 없나=올해 한전이 최대로 공급할 수 있는 전력량은 7171만㎾다. 지난해보다 7.3% 늘었다. 당진화력 8호기(50만㎾)와 영흥화력 3호기(80만㎾)가 새로 가동에 들어간 덕분이다. 현재 시운전 중인 영흥화력 4호기(87만㎾)와 보령화력 8호기(50만㎾)에서 생산하는 전력도 쓸 수 있다.

지식경제부 이병철 전력산업과장은 “여기에다 현재 정비 중인 고리원전 등이 12일부터 정상 가동되면 올해 전력 공급량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반면 한전이 예상하는 올해 최대 전력 사용량은 6482만㎾다. 지난해보다 4.1% 늘어난 규모다. 9일의 기록은 한전이 예상하는 최대치에 아직 못 미친다. 산술적으로는 최대 공급 능력에서 최대 전력 사용량을 빼면 약 688만㎾의 전력이 남는다. 10.6%(예비율)는 남겨둘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산술적인 수치에 불과하다. 최대 전력 사용량 6482만㎾는 한전이 예상한 수치다. 상황에 따라 순간 전력 사용량이 급증할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다. 8월 무더위 때 에어컨 등이 한꺼번에 가동돼 전력 사용량이 예상치를 초과하면 전국에서 정전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발전소가 고장 나는 비상사태도 걱정이다. 전력망은 해안선과 내륙을 둥글게 연결한 환형(環形)으로 구축됐다. 대형 발전소가 갑자기 멈추거나 고장 나면 대부분의 지역에 전기 공급이 끊길 수 있는 이유다. 만일 원자력발전소에서 대형사고가 나면 해당 원전은 물론이고 인근의 다른 원전도 세워야 한다.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지난 2일 울진원전 1호기가 고장으로 22시간이나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절약만이 유일한 해법=전력 공급을 한꺼번에 확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전력 부족 사태를 막으려면 국민과 기업이 에너지 절약에 나서야 한다. 올 1월 배럴당 평균 87달러였던 두바이유는 최근 140달러 선까지 치솟았는데도 에너지 과소비는 여전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 1~5월 에너지 총소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나 늘었다. 2006년(1%)이나 지난해(3%)보다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진우 박사는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낄 정도로 실내온도를 낮추고, 기름을 많이 먹는 대형 차량을 운행하는 등의 에너지 사용 관행을 고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가정에서는 ▶에어컨 설정온도 1도 높이기 ▶쓰지 않는 가전기기 플러그 빼놓기 ▶고효율 조명기기 사용하기 등을 체질화해야 한다는 것. 한전 수요관리팀 조대룡 과장은 “기업에선 심야 전력을 이용한 축냉식 냉방설비 시설을 갖추고, 고효율 기기를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