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장석주씨 장편소설 "이산의 사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마광수씨의 『즐거운 사라』를 출판했다 마씨와 함께 구속됐던 평론가겸 소설가 장석주(41)씨가 당시 체험을 소재로한 장편 『이산의 사랑』(청아출판사)을 펴냈다.
92년 출판사 사장으로서 「음란문서 제조.반포죄」로 구속됐던장씨는 이 소설에서 자신의 실제 경험과 허구를 조화시켜 현재의법과 권력체계 하에서 문학과 삶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주인공은 성애소설을 출판했다는 이유로 느닷없이 검찰에 소환된뒤 전격 구속돼 재판을 받는다.
그 소환.수감.재판 과정을 거치면서 만나게 되는 검찰관,구치소에 수감된 사람들,그리고 길게 이어지는 법정공방이 소설의 한축을 이룬다.
또 한축으로는 젊은 시절 주인공이 겪은 내면의 방황과 사랑,문학에 대한 정열이 사건과 교차되면서 묘사된다.
평온한 일상속에서 일어나는 느닷없는 소환과 재판은 이해할 수없는 생경한 사건이지만 주인공에게 육체적인 현실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정확하게 카프카의 『심판』을 연상시킨다.
이 소설은 국가권력이 모든 사고체계를 지배할 수 있는가,포르노그라피란 무엇인가,창작과 표현의 자유의 한계는 어디까지며 누가 설정하는가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번 작품은 견고한 것으로 여겨지던 우리 삶의 토대가 얼마나우연한 것들을 기반으로 한 허약한 것인지,폭력의 개입에 의해 얼마나 쉽게 무너져 버릴 수 있는지를 그려낸 것으로 볼 수 있다.주인공은 물리적 힘이 자신의 삶을 규정하는 것을 거부하고 자살함으로써 잘못된 힘을 행사한 권력을 추문으로 만드는 대항방식을 선택한다.
조현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