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 이상’ 금지 가능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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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가 식탁에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약속은 당분간 지켜질 것으로 보인다. 추가협상으로 민간 자율규제와 정부 개입이라는 이중의 안전장치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수입업체들도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했다가 적발되면 여론의 지탄으로 회사 문을 닫을 수도 있어 그런 모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박창규 수입육협의회장은 “수입업체들이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위험을 감수하면서 들여올 이유가 없다”며 “24~25개월 갈비 위주로 수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다수 업체들이 내장 같은 부산물의 수입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내장은 호주산이 미국산보다 20%가량 싸 굳이 미국산을 들여올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선 육류수출협회(USMEF) 등 3개 협회가 자율 규제에 참여한다. 이들은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교역하지 않는 ‘한국 품질체계평가(QSA) 프로그램’을 적용받고, 미국 정부의 점검을 받게 된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내 수출업체나 작업장은 3개 협회 중 적어도 어느 한 곳에 들어가 있다”며 “미국 정부의 QSA 증명서가 없으면 검역과정에서 모두 반송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령 자율규제에 참여하지 않는 업체들이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를 교역하려 해도 국내 검역단계에서 막힌다는 뜻이다.

그러나 ‘100% 차단’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현재로선 30개월 이상 여부를 완벽하게 보증할 수 있는 검사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 QSA에 사용될 치아감별법도 몇 개월의 오차는 있을 수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본에서 쓰는 ‘생리적 성숙도’ 검사도 오차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또 자율규제가 시간이 흐르면서 느슨해질 가능성이 있고, 작업장에서 착오나 고의로 30개월 이상이 섞여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컨대 정부가 부여하는 ‘무농약 농산물’ 인증을 받았지만 농약이 검출되는 사건이 발생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실제로 QSA보다 강제성이 강한 수출증명(EV) 프로그램에서도 수입금지 품목이 섞여 오는 일이 있었다. 우리 측이 이번 협상에서 문제 작업장에 대한 검사 권한을 강화한 것도 이를 막기 위한 것이다. 국내 수입업체의 자율결의에는 현재 300개 수입업체 중 120개사만 참여하고 있어 이들의 업계 대표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120개 업체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물량의 85%를 맡고 있고, 나머지 15%도 대부분 대기업 계열사의 몫이라 큰 우려는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자율결의에 참여하지 않은 대기업 계열 수입업체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게 부담스러워 참여하지 않았지만, 자율결의에 참여한 업체와 보조를 맞춰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근·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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